삼성 LCD 공장서 또 여성암…산재 신청 직전에 세상 떠났다
유방암 투병 중 지난 연말 숨져
난소암·자궁경부암 사망자도
여성 노동자 안전 위협 ‘심각’
삼성디스플레이 LCD 작업공정에서 유해물질을 다루며 야간 교대근무를 하다 유방암을 얻은 직원이 산업재해 신청을 코앞에 둔 지난해 마지막 날 세상을 떠났다.
4일 시민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의 설명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에서 일하던 박모씨(38)가 지난해 12월31일 유방암으로 숨졌다.
박씨는 2003년 천안사업장에 입사해 LCD제조라인 생산직(오퍼레이터)으로 일했다. LCD제조라인은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밀폐된 ‘클린룸’으로, 오퍼레이터들은 환기되지 않는 공간에서 유해화학물질을 앞에 두고 일한다. 반올림은 박씨도 컬러필터(CF) 공정과 모듈공정 등에서 일하며 발암물질인 감광제와 유기용제, 기타 미확인 성분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봤다.
반올림은 “감광제를 굽는 오븐기 바로 옆에서 일하면서 오븐이 열릴 때마다 열기와 함께 탄 냄새와 역겨운 냄새가 심하게 났지만 당시 노출을 차단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는 없었다”며 “유방암과 연관성이 높은 엑스선 방식의 정전기 제거장치를 통해 방사선 노출 위험도 있었다”고 했다. LCD제조라인은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상 야간 교대근무가 잦다. 박씨도 11년 동안 2~3교대 야간 교대근무를 했다고 한다.
박씨는 입사 13년째인 2016년 10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32세였다. 가족력은 없었다. 박씨는 투병기간 동안 암이 계속 악화돼 2021년 6월 퇴사했다.
박씨가 반올림에 직업성암 산재 신청 상담을 문의한 건 2021년이었다. 산재 신청 준비를 하면서 항암치료를 받았다. 박씨는 산재 신청 직전 숨졌다. 박씨의 산재 신청을 함께 준비한 이종란 반올림 공인노무사는 통화에서 “산재 신청 서류 등을 다 준비하고 마지막으로 본인 검토만 남겨뒀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최근 전화를 했는데 남편이 받아 박씨가 숨졌다고 말했다”고 했다. 박씨의 사망으로 당사자의 산재 신청은 불가능해졌다. 다만 유족이 원하면 유족급여 신청 등으로 산재를 인정받는 방법이 있다.
박씨가 숨지기 이전에도 삼성디스플레이에서는 2021년 9월 A씨(당시 39세)가 유방암으로, 지난해 10월 B씨(38세)가 자궁경부암으로, 12월19일 C씨(57세)가 난소암으로 숨졌다고 반올림은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측은 “별다른 입장이 없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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