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곳곳서 고려 유물이… “고려 南京 건물 흔적 있을수도”
청와대 경내에서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건물의 기와 조각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 권역에 대한 ‘시굴(試掘·시험적인 발굴) 조사 등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3일 문화재청이 공개한 ‘경복궁 후원 기초 조사 연구’ 보고서에서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5월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 권역에 대한 이 연구를 8~12월 사단법인 한국건축역사학회 등에 의뢰했다.
연구진은 청와대 경내에서 지표조사(땅 위에 나타나 있는 유적·유물의 현황을 자세히 살피고 기록하는 것)를 진행한 결과 모두 8곳에서 기와·백자 조각 등 조선시대 유물을 확인했으며, 이중 ▲침류각 및 동쪽 궁장(宮牆·궁궐 담장) 주변 ▲백악정 남동쪽 궁장 주변 2곳 ▲칠궁 북쪽 등 4곳에서는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 조각을 발견했다. 고려시대 기와라는 판단을 내린 근거에 대해 연구진은 “회청색의 경질(硬質)이라는 특징을 지닌 조선시대 기와와는 달리 일부 기와는 회색의 연질(軟質) 기와로서 확연히 다른 기법을 보이기 때문에 조선시대 이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고려·조선시대 기와가 확인된 것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다. 지금의 청와대 자리는 고려 숙종 때인 1104년 수도를 옮길 계획을 세우고 남경(南京) 궁궐을 지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조선 말인 1865~1868년 경복궁을 중건할 때 이곳은 궁궐의 후원으로 조성됐다.
문제는 이번 조사가 땅을 전혀 파지 않고 과거의 항공사진, 건물 배치도 등을 참고해 육안으로만 조사한 결과라는 것이다. 1948년 이곳 건물이 대통령 관저로 사용된 뒤 70여 년이 지났는데도 옛 유물들이 땅 위에 산포(散布·흩어져 퍼짐)돼 있을 정도로, 제대로 된 관리나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동쪽 침류각 영역에 많은 유물이 산포돼 있다”며 “유물 대부분이 기와라는 점, 고려시대 기와로 볼 수 있는 유물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고려 남경과 관련된 건물의 흔적이 땅 밑에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선 현재의 청와대 권역 담장이 옛 경복궁 후원의 궁장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담장 아래쪽에선 ‘훈(訓)’자와 ‘영(營)’자를 새긴 돌도 발견됐다. 연구진은 “현재의 (청와대) 활용 방식은 기초 조사와 보존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채 매우 한정된 시기를 대상으로 호기심 위주의 단순 관람 방식에 머무르고 있다”며 “다양한 영역에서 종합적인 기초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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