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행위로 극단선택한 군인에 보험사, 사망 보험금 지급해야”

박용필 기자 2023. 1. 4. 21: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법, 원심 파기환송…“자유로운 의사결정 못할 상태”

군대에서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군인에게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보험사의 결정은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A씨의 유족이 보험사 2곳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2016년 12월 군에 입대한 A씨는 선임병들로부터 반년 가까이 가혹행위를 당했다. A씨는 군 간부에게 가혹행위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이 간부가 신고 사실을 공개해 부대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등을 앓던 그는 3개월 뒤 부대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 유족은 A씨를 피보험자로 가입해 놓은 사망보험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피보험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 유족은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사망보험을 든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는 없다.

다만 피보험자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면 우발적 사고로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기존에 확립된 판례다.

재판에서 쟁점은 A씨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였는지 여부였다.

1심과 2심에서는 A씨가 우울증 등을 앓았지만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다고 판단해 A씨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을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부대 선임병들은 A씨에게 여러 차례 폭언하고 야구방망이로 폭행하는 등 가혹행위 정도가 매우 심했다”며 “A씨는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를 피할 방법을 찾기 어려웠고 사망 때까지 소속 부대도 변경되지 않았다”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