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윗선 무혐의’ 결론…법적·정치적 책임 다 피한 이상민
행안부·서울시 등 상급기관
“책임을 묻기 어렵다” 판단
용산구·경찰·소방만 처벌
윤 대통령 ‘법적 책임’ 발언
‘면피 수단’으로 작용 지적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지으면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정치적 책임은 물론 법적 책임도 지지 않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적 책임론’을 앞세워 이 장관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을 방어해왔는데, 이 장관이 법적 책임도 피한 것이다.
국가의 재난안전 대응 부실로 총 159명(참사 후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까지 포함)이 숨진 대형 참사이지만 장관급 이상 공무원 중 아무도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특수본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인 행안부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에 참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난안전법은 광역자치단체가 재난에 대한 응급조치 책임을 지는 경우를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가 매우 크고 광범위한 경우’와 ‘재난이 둘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에서 발생한 경우’ 등으로 규정하는데 이번 참사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책임을 묻기 어려우니 상급기관인 행안부도 처벌하기 힘들다고 결론지었다.
참사 책임은 용산경찰서·용산구청·용산소방서 등 1차 책임기관으로 한정됐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사법적 책임을 묻는 선에서 수사는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런 수사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특수본이 정권 실세인 이상민 장관을 제대로 수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 처음부터 나왔다.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소방노조로부터 고발당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지만 소환 통보조차 받지 않았다. 서울시도 실무진만 참고인 조사를 받았을 뿐 고위간부들은 조사받지 않았다. 특수본은 11월17일 행안부와 서울시를 압수수색하면서 이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집무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양성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10·29 참사대응 TF’ 공동 간사 변호사는 “서울시나 행안부가 이번 참사 발생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며 “특수본은 재난안전법상 명문화되지 않은 부분을 들어 (상급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법 제정 취지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의 ‘법적 책임론’이 상급기관의 면피 수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참사 발생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묻기에 앞서 ‘확실한 사법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유족 “소극적 수사” 비판 속
“이 장관, 도의적 책임 져야”
희생자 유가족들은 이 장관이 최소한 도의적 책임은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가족 A씨는 “참사 대응 조치라는 게 실무자들 선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대통령에서 시작해 총리, 장관 순의 지시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며 “특수본이 수사에 소극적으로 나섰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강연주·전지현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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