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술을 단순화한다며 5·18을 교육과정에서 뺀 교육부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빼 논란이 일고 있다. 필수적 학습 내용과 범위를 정하는 초·중·고 사회과목 교육과정에 늘 등장했던 ‘5·18민주화운동’이 지난달 고시된 개정 교육과정에는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은 것이다. 교육과정에서 제외되면 교과서에서도 기술이 삭제될 수 있다. 신군부 쿠데타 세력의 폭거에 맞선 광주 시민들의 민주주의 의거를 교과서에서 지우겠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부는 5·18이 빠진 것은 인정하면서도 의도적 삭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율적인 교과서 개발을 위해 기존 교육과정의 세부적 ‘학습 요소’를 없애고 큰 틀만 두는 개편 때문에 생략됐다고 했다. 민주주의와 관련된 현대사를 다루면서 시점상 가장 앞선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만 남기고 ‘5·18’은 뺀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교육부는 문재인 정부 때 정책 연구진이 만든 시안에도 5·18은 없었다고 했다. 한마디로 5·18 삭제는 기술적 문제로, 윤석열 정부의 입김이 없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런 해명에 의구심이 든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교육과정 시안에 없던 ‘6·25 남침’과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극우 보수진영의 요구에 따라 연구진과 협의 없이 포함시킨 바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 논란을 부르는 ‘자유민주주의’ 표현은 굳이 넣으면서 한국 사회가 성격 규정에 합의한 5·18은 제외하는 것이 과연 기준에 맞는 행위인가. 게다가 교육과정을 심의한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는 편향된 시각을 보이며 계속 보수 색채를 강화해왔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섹슈얼리티’ 용어를 최근 중·고교 보건 교육과정 심의 과정에서 삭제할 정도로 강경한 보수색을 드러내 물의를 빚은 바도 있다. 교육부의 해명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5·18 희생자 묘역을 여러 차례 참배하며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고 밝혔다. 당선 뒤엔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4일 교육과정은 이미 고시가 완료돼 5·18 내용을 반영하는 수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대신 다음달 마련할 교과서 편찬준거에 5·18민주화운동을 담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의도가 없다면 이번 일은 속히 바로잡는 게 당연하다. 민주주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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