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 금리 역전 완화됐지만… 채권시장 아직 ‘조마조마’
12월 역전현장 새해 들어 변화
회사채와 금리 격차도 줄어들어
금리 엎치락뒤치락 불안감 여전
시장서도 침체 공포에 안심 못 해
일각 “부동산 PF 위기 재발 우려”
한 달여간 지속된 국고채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최근 들어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은 국내 채권시장이 ‘안정’ 쪽으로 다가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 속에 부동산PF 대출 부실 우려와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뚜렷해 확실한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긴 어렵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4일간 ‘단기’인 국고채 3년물의 금리가 ‘장기’인 국고채 10년물의 금리보다 낮았다. 지난달 5일부터 20여일간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이른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빚어졌는데 새해 전후로 달라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채권금리는 만기가 길어질수록 리스크 회피 심리로 높아지는 현상을 띠는데, 단기 금리가 더 높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채권 구매를 꺼린다는 뜻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을 경기침체의 사전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채권시장의 또 다른 바로미터인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 차이, 즉 ‘신용 스프레드’도 최근 들어 줄어들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통화에서 “금리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예단하기에는 남아있는 경제적인 위험이 아직 있다고 본다”며 “(중앙은행 정책이) 통화 완화로 제대로 돌아서기 전까지는 금리 역전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채권시장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캐피털과 증권사를 중심으로 도사리고 있는 부동산PF 위기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전날 공개한 정기평가 보고서에서 신용등급을 평가 중인 22개 캐피털사 중 롯데캐피탈(AA-)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외 캐피털사에 대해선 “수익성 및 자산 건전성 지표가 저하되고 있다”면서도 “자본 적정성 및 유동성 등이 기존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기존 신용등급과 전망을 유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말 이와 유사한 이유로 오케이캐피탈(A-)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에이캐피탈(BBB)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여전채 발행을 통한 캐피털업계의 조달비용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데다 부동산 경기 저하로 부동산PF 대출 회수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업들이 연초 들어 회사채 발행에 적극 나서면서 ‘공급 부담’이 쌓일 수도 있다. 이마트를 비롯해 KT·포스코·LG화학·LG유플러스·한국금융지주 등 상당수 기업이 이달 중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들도 발행액 증액을 허용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1분기 중 만기도래하는 채권들도 상당하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1분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공사와 공단의 채권은 12조9735억원이며 이 중 지방공기업 채권은 4784억원이다. 회사채 만기는 21조2266억원이며 이 중 유동화증권(ABS)이 4조6599억원이다.
이도형·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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