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수십년 추진한 미래보병체계…우크라, 10개월 만에 모범답안 제시”

박효재 기자 2023. 1. 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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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의 지하 지휘 센터에서 드론 급유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수십년간 추진해 온 ‘미래보병체계’ 구축 사업의 이상형을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군이 미리 보여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비록 염가형이지만 각 부대·병사 간 정보 공유를 통해 정보우위를 추구한다는 ‘네트워크 중심전’을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24일 전쟁 시작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은 늘 러시아군에 비해 열세로 평가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군은 정면승부 대신 기동력과 정보우위를 앞세워 상대를 기습하거나 국지적으로 포위·격멸하는 전술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위성통신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개전 초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우크라이나에 위성 기반 광대역 인터넷 ‘스타링크’ 단말기 수천개를 제공했는데, 우크라이나군은 부대별로 최소 한 대의 단말기를 보급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군은 ‘델타’로 불리는 전장정보 지원 체계를 개발, 드론 정찰 결과와 러시아군 동향 관련 주민 제보 등을 일선 지휘관이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우크라이나군 병사들은 더 신속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러시아군의 취약점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었다. 상대적으로 경직된 지휘체계를 지닌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에 포위돼 연전연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우크라이나 민간 전문가들의 자발적 기여도 큰 역할을 했다. WSJ는 “최신 기술에 능한 우크라이나인들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게릴라전 기술을 업데이트했다”면서 “과거의 저항 수단은 죽창이나 화염병이었지만, 우크라이나에선 모바일앱과 3D 프린터, 상용 드론이 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상용 드론에 장착해 수류탄이나 폭발물을 원하는 지점에 떨어뜨릴 수 있는 부품을 3D 프린터로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이 부품의 생산단가는 10∼15달러(약 1만2000∼1만9000원)에 불과하다.

기업 재무관리에 쓰이는 프로그램을 개조해 국제의용군에 합류한 외국인 병사 등의 급여와 일선 부대의 군수물자 관리를 자동화하는 시도가 이뤄졌다.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무인전기차량 개발을 추진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미하일로 페로도우 우크라이나 디지털 전환 장관은 지난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10개월 만에 기술적 도약을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우크라이나의 성과를 접한 서방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4년부터 미군과 협력해 우크라이나의 국방개혁을 도와 온 영국군 퇴역 장성 그렌 그랜트는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관료화된 서방 군대는 신기술을 신속히 적용하기에는 “너무 느리고 무겁다”고 비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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