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리단길’…지역특화·상생이 관건
[KBS 부산] [앵커]
KBS 연중기획, 지역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골목 경제에서 찾아보고 있습니다.
서울 경리단길이 유명해진 뒤, 전국 곳곳에는 수많은 '리단길'이 생겨났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오래도록 사랑받고, 지역에 뿌리내린 골목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골목 상권이 뿌리내리고 자생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김계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태원과 가깝지만 언덕 길이라 임대료가 싸 10여 년 전부터 작은 식당, 카페가 하나, 둘 들어선 서울 경리단길.
독특한 분위기를 찾는 발길이 이어져 경리단길은 골목 상권의 성공 모델이 됐고, 부산 전리단길, 해리단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백 이십 여 곳의 리단길이 우후죽순 생겼습니다.
하지만 복사, 붙여넣기 한 것 같은 리단길에 사람들은 금세 흥미를 잃기 시작했습니다.
[권태정/동아대 교수 : "그 골목길을 찾았던 소비층이 소비자들이 거기에 올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거죠. 그러면 이제 그때 그 시점 그 임계점을 넘어가게 되면 이제 다시 그 상권이 주저앉을 수도 있는…."]
어렵게 살아난 골목이 경리단길 아류에 그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1950년대부터 생겨나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 중 한 곳인 보수동 책방골목.
책방골목을 상징하듯 5층 높이의 거대한 책 다섯 권이 나란히 세워져 있습니다.
1층엔 기존 책방 3곳이 그대로 운영되고, 주택을 개조한 2층부터 4층에는 카페와 문화공간이 문을 엽니다.
책방 건물을 헐고 오피스텔을 지으려던 건물주는 상인들과 함께 골목을 보존하기 위해 마음을 바꿨습니다.
[김대권/카페 '아테네학당' 대표/건물주 : "SNS와 온라인에서 반응이 좋아서 사람들이 최근에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미미하지만 이런 식으로 책방 골목에 사람들이 한번씩 오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책방골목 홍보가 되고 같이 상승하지 않을까…."]
이곳은 건물주와 상인들이 함께 사는 길을 택하며 재개발 위기를 벗어났지만, 인터넷 서점 등에 밀려 다른 책방들은 서서히 쇠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상인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책 한 권을 찾는 이들을 위해 골목을 지키고 있습니다.
[허양군/36년째 책방골목 상인 : "어디서 나오든 책이 나올 수 있고, 또 오늘 없던 책이 내일 들어올 수 있고…. 보수동 책방골목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민들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저희들도 그런 면에서 오늘 또 귀한 책을 손님들이 구해갖고 고맙게 얘기하고 대화할 때 자부심도 생기고…."]
오래되고 낡았어도, 존재할 가치가 있는 장소.
책방 골목이 골목 상권으로써 가진 경쟁력입니다.
[강동진/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 "무엇을 파느냐, 또는 어떤 내용을 갖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그와 관련된 어떤 사람들이 그 골목을 지키고 있느냐가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가 같이 결합돼야만 지속 가능한 골목 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단길의 범람 속에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생 협력과 지역 특화 실험이 골목상권 생존에 본보기가 될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김계애입니다.
김계애 기자 ( stone91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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