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낳은 역설`...드론 맹활약한 우크라전, `킬러 로봇` 뜬다
"반자동 드론 이미 널리 사용…전자동 AI 드론도 시간문제"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가속화된 드론 기술 개발로 인공지능(AI)에 의해 움직이는 전자동 '킬러 로봇'의 등장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3일(현지시간) 미국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군사 전문가, 전투원,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우크라 전쟁이 길어질수록 인간의 도움 없이 드론이 직접 목표물을 파악해 선택하고 공격하는 '킬러 로봇'으로 발전할 공산이 커진다고 내다본다. 그럴 경우 기관총의 도입과 맞먹을 정도로 군사기술 분야에서 엄청난 혁명이 될 것이라고 AP통신은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AI를 갖춘 반자동 공격 드론과 드론 요격용 무기를 보유 중이다. 러시아 역시 AI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떤 나라도 온전히 스스로 작동하는 로봇을 전투에 투입해 살인 임무를 수행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또는 우크라이나가 그런 로봇을 실전에 배치하는 일이 '시간 문제'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미국 조지메이슨대의 무기혁신 분석가 재커리 캘런본은 "많은 국가들이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게 명확하다"고 말했다.
인명 살상용 드론의 사용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퍼지면서 살상용 드론 '전면 금지'를 여러 해 동안 주장해 온 반대 운동가들도 '공격 목적 사용 제한'으로 목표를 현실적으로 수정했다.
우크라이나의 미하일로 페도로우 디지털전환 장관은 최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완전히 자동화된 킬러 드론이 무기 개발에서 '논리적이고 불가피한 다음 수순'"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이 방향으로 많은 연구개발을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6개월 안에 이런 (전자동 킬러 드론이 나올) 잠재력이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야로슬라우 혼차르 중령은 인간 전투원들이 기계만큼 정보를 빨리 처리하고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용 드론의 혁신'을 목표로 내세우는 비영리기관 아에로로즈비드카의 공동 창립자 중 1명이다.
혼차르 중령은 최근 인터뷰에 우크라이나군 지도부가 아직은 전자동 인명살상무기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나, 방침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혼차르는 "아직 이 선을 넘지는 않았다. '아직'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장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에로로즈비드카는 가격이 싼 상업용 드론을 인명살상용 무기로 전환하는 연구와 개발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이런 무기를 입수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가 이란으로부터 자율가동이 가능한 AI 드론을 들여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요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력시설을 공격하기 위해 많이 쓰는 이란제 '샤헤드-136' 드론은 그렇지 않지만, 다른 이란제 드론 기종 중에는 AI 기능을 갖춘 것들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요즘 쓰고 있는 반자동 드론 무기의 경우, 전투 현장에서 겪는 전파방해에 대처하기 위해 전자동으로 개조하는 게 큰 어려움 없이 가능하다는 게 드론을 제작한 서방측 업체들의 설명이다.
미국제 '스위치블레이드 600'과 폴란드제 '워메이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드론들은 지금은 인간이 생중계되는 영상을 보고 목표물을 선정한 후에 AI가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배회 탄약'(徘徊 彈藥·loitering munition)이라고 불리는 이런 드론들은 수분 혹은 수십분간 목표물 상공에 뜬 상태로 대기하면서 명중률이 높은 공격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스위치블레이드를 제작하는 '에어로바이언먼트'의 와히드 나와비 최고경영자(CEO)는 "임무 수행 완전 자동화를 달성하기 위한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며 "다만 인간을 '결정 루프'(decision loop)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3년 정도면 이런 변경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성기자 kdsu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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