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밀월·전쟁 특수’ 북한의 전략적 행보 주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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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맴돌다 돌아갔다.
북한은 개전 초부터 러시아와 군사적 연대를 과시해왔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없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듯, 러시아도 군사적으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우군이 북한이다.
행여 한국산 무기가 우크라이나 측에 제공된 증거라도 포착되면, 러시아는 북한을 이용해 한국에 보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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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박종수 | 전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맴돌다 돌아갔다. 행여 소형 핵폭탄이라도 탑재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번 도발은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자행됐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2022년과 새해 첫날에도 각종 미사일을 폭죽 놀이하듯 쏘아댔다. 7차 핵실험 카드도 만지작거린 지 오래다. 김정은 총비서는 신년사에서 남한 사정권의 전술핵을 다량 생산하겠다고 공언했다. 안보 불안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우크라이나전쟁과 무관치 않다. 북한은 개전 초부터 러시아와 군사적 연대를 과시해왔다. 양국은 ‘자동군사개입’을 명시한 소련 당시의 동맹조약을 2000년 2월 갱신했다. 신조약에서는 ‘즉각 접촉’으로 수준을 낮췄지만 군사동맹의 성격은 바뀌지 않았다. 그해 7월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강력한 미싸일을 가지고 있는 로조 두 나라가 힘을 합치면 미국놈들을 죽탕쳐 놓을 수 있다”는 대화가 오갔다.
2014년 두 나라는 상선 보호를 목적으로 러시아 군함의 나진항 입항에 합의했다. 2019년 4월 말 크렘린 측은 러북정상회담 뒤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 지난해 8월에는 블라디보스토크 항을 군항으로 다시 지정했다. 러시아가 핵사용 4개 조건을 제시하자, 2주 뒤 북한도 핵사용 5개 조건을 법제화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없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듯, 러시아도 군사적으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우군이 북한이다. 러시아군은 불리해지면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고, 북한도 이에 화답하는 입장을 취할 것이다.
북한이 누리는 전쟁특수도 주목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무기시장만큼 노나는 장사는 없다.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미국 무기상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 방산업체도 강 건너 불구경할 수 없다. 같은 입장인 북한에 미사일만큼 경쟁력 있는 수출품도 없다. 우크라이나전쟁은 절호의 기회다. 외화를 벌어들이고 무기성능도 향상할 수 있다. 최근 북한산 미사일이 러 측으로 유입됐다는 주장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러시아는 이른바 ‘특수군사작전’을 선포하고 우크라이나 기간시설에 미사일을 폭우처럼 퍼붓고 있다. 무기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부족하다. 북한제 미사일은 당연히 매력적이다. 무기체계가 같아 러시아 병사들이 쉽게 운용할 수 있고 생산단가도 저렴하다. 국경을 맞대고 있어 운반도 쉽다. 일본 언론의 철도운송 기사는 근거 없는 보도가 아니다. 게다가 북한은 전후복구를 위해 돈바스 지역에 노동력을 파견한다. 이 노동력은 언제든 병력으로 둔갑할 수 있다. 러시아 용병단체인 바그너(와그너)그룹이 북한제 무기뿐 아니라 군인까지 충원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으로서는 신형무기를 시험하고 장병들의 실전경험도 쌓을 수 있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서 얻은 전리품이 바로 그것이었다.
최근 한반도 정세는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2010년 11월 말보다 더 엄중하다. 특히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 양상으로 확대하면서 위기일발의 상황이다. 이에 북한은 냉전 당시에도 없었던 ‘좌중 우러’의 사회주의 맹방을 옆에 끼고 전쟁의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부전선에서, 북한은 동부전선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성동격서 전략을 펼친다. 행여 한국산 무기가 우크라이나 측에 제공된 증거라도 포착되면, 러시아는 북한을 이용해 한국에 보복할 것이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자칫 방심할 경우에 한반도에도 상상할 수 없는 대재앙이 닥쳐올 것이다. 지나친 기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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