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방안, 연말까지 내놓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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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지켜야 한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최근 <한겨레> 와 인터뷰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는 유지하되, 일반고 수준을 높이는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내년(2023년) 2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자사고·외고를 존치하면서 내신 절대평가를 시행하면, 자사고 등이 입시의 '절대 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신 절대평가가 서열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사고·외고 존치가 고입경쟁 과열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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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송경원 | 정의당 정책위원
약속은 지켜야 한다. 행여 미루게 되면 사정 말하며 양해를 구해야 한다. 약속장소로 출발했으나 제때 당도하지 못할 것 같으면 ‘미안합니다. 조금 늦겠습니다’ 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상대에 대한 존중이자 배려고 예의다. 개인 간 관계도 이럴진대, 하물며 정부는 더 유념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간혹 국민에 대한 그런 존중이나 배려를 찾기 어렵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는 유지하되, 일반고 수준을 높이는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내년(2023년) 2월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반고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고교다양화 방안, 일반고 수업이나 교사의 역량을 키워주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라고 했다.
내용을 떠나 일단 시기가 문제다. 교육부는 그동안 고교체제 개편안을 지난해 연말까지 발표한다고 자주 밝혀왔다.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그 세부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8월 설명자료에서 “외국어고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 방안은 연말까지 시안을 마련하여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10월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도 ‘시안 마련 2022년 12월, 의견수렴 및 방안 확정 2023년 상반기, 법령 개정 2023년 말’ 일정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주호 장관은 지키지 않았다. 올해 2월로 미뤘다. 왜 늦추는지 사정을 말하지도 않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전체 일정이 2개월씩 순연되는 것인지, 다른 그림인지 일언반구도 없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가볍게 약속을 어길 뿐이다. 장관 발언의 공신력이 한 단계 떨어졌다.
내용도 많은 분이 우려한다. 우선 이 장관의 발언들이 서로 충돌한다. 고등학교 전 학년에서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사고·외고를 존치하면서 내신 절대평가를 시행하면, 자사고 등이 입시의 ‘절대 강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대입이나 평가 등에 관한 구상을 거침없이 꺼내지만,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구멍’에 관해서는 침묵한다. 일반고의 질적 수준을 높이겠다거나 상향 평준화라는 그럴싸한 말로 넘어갈 뿐이다.
핵심은 선발효과다. 학교효과의 격차는 뒤처진 데를 끌어올려 주는 방향으로 교육 당국이 접근할 수 있지만, 선발효과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선발효과를 모든 학교에 부여했다가는 고교입시 전면화로 50~60년 전의 ‘중 3병’이 창궐한다. 결국 상향 평준화를 위한다면 늘려야 하는 것은 학교효과요, 줄여야 할 것은 선발효과다. 학생 맞춤교육에 필요한 것은 잘 가르치는 학교이지, 잘 뽑는 학교가 아니다. 잘 뽑아서 평판에서 득을 취하는 것은 부당이득에 가깝다.
더구나 지금은 공정이 중요한 시대다. 자사고·외고와 일반고가 공정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선발효과에 대한 조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장관 발언에는 그 방안이 없다.
이 장관은 자사고를 만든 장본인으로서 그 부작용을 인정한 바 있다. 두어 달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많은 분이 우려하고 걱정하는 것처럼 소위 말하는 다양화 정책이 어떤 면에서는 서열화로 이어진 부작용이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답변이 진심이라면, 이 장관은 서열화를 가장 경계해야 한다. 내신 절대평가가 서열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사고·외고 존치가 고입경쟁 과열로 연결되지 않도록, 정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모쪼록 남은 기간 동안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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