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자도 국민의 한사람, 재활 치료시설 늘려야 한다

한겨레 2023. 1. 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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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김영태 | 전 <시비에스>(CBS) 문화체육부장

마약중독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없어졌는가? 필자는 그 편견이 없어진 줄 알았는데, 마약중독자 당사자들은 여전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마약중독에서 헤어나온 사람들의 송년 모임에 우연히 참석한 필자는 그들의 삶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접할 기회를 가졌다. 이 모임 이름은 ‘중독회복연대’. 말 그대로 중독에서 회복하는데 연대가 절실함을 느낀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14명이 참석했다. 마약중독에서 회복 중인 7명을 비롯해 이 모임 대표, 중독자 부인, 작가, 영화연출가, 사회복지사, 기자 출신 공무원과 예비 정치인 등이다. 중독자 7명의 나이는 30대 중반부터 60대까지 다양하고, 중독자 성별은 남성 6명 여성 1명이다. 약물 중독 경력은 길게 30년도 있다.

개인 사연들을 이야기할 때 울컥 눈물을 비추는 이들이 많았다. 어려움을 딛고 마약을 이겨냈고, 이겨내는 중이라고 이 자리에서 말하는 자신을 대견해 했다. 이 단체 대표 또한 중독자들의 자부심을 보면서 감격의 눈물을 비췄다.

60대 남성 중독자는 마약중독 이후 중독회복연대와 인연을 맺었다. 4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며, 이 단체 대표의 지속적 관심으로 마약을 이겨내고 있다고 했다. 작업복 차림으로 나온 그는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니까 마약 생각이 안 나더라”고 했다. 마약을 끊는 것보다 스스로 살아남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여성 중독자는 오래전에 마약중독이 되었다가 끊은 지 11년이 되었어도 다시 유혹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교도소 마약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재활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재소자들이 퇴소 이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없음에 좌절감을 느낀다고 했다. 특히 여성 전용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했다.

젊은 남성 중독자 역시 출소 뒤 강사로 나섰다. 마약중독자들은 어쩌다 유혹에 빠져 중독자가 되었지만, 자신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는 걸 알고 있다. 마약에 손댄 이들은 처음엔 조절할 수 있다고 자기합리화하지만, 사회적 공감능력을 키우면서 마약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고 한다. 이 젊은 남성 중독자는 자기만을 생각하고 마약 할 때는 세월호 참사에 무관심했지만, 사회적 공감능력이 생기면서 이태원 참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30년 마약 경력의 또 다른 60대 남성은 아내와 함께 참석했다. 마약은 쾌감과 고통을 동시에 주는데, 마약이 전염될까 봐 아이를 안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고 했다. 수치심에 무너져 자살도 생각했지만, 마약은 인간이 이겨내기 힘든 악마이기에 마약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잠적한 동안 자신을 걱정하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약을 끊겠다고 다짐했다.

참석자들은 처벌 위주의 마약사범 대처가 문제라고 했다. 교도소 수감으로 강제로 약을 끊게 해 성공할 거면 재발자가 없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필요한 게 재활 치료시설 확충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마약중독 대책으로 재활 치료시설 확충을 약속해 기대가 크다고 했다.

이 모임이 끝나갈 무렵 여성 회복자가 노래를 제안했다. 노래를 구성지게 불러 박수를 받았다. 이 여성은 사람 만나면 눈도 마주치기 힘들고 말수도 적다는데 이날은 활달했다. 작업복 차림으로 나온 60대 회복자는 율동까지 하며 노래를 불러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마약중독자에게 편견이 심한데, 이렇게 이 자리에 나온 여러분들은 대단하다”고 고마워했다.

중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삶의 희망을 불어넣은 중독회복연대. 그 힘은 편견 없는 따뜻한 시선과 누군가의 지속적 관심이었다. 이들은 충분한 재활 치료시설이 마련되는 새로운 날을 소망했다. 중독자도 국민이라며, 국민을 이롭게 하는 정치를 폈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핼러윈 때 마약중독자에만 신경 쓰고 국민의 안전은 살피지 않아 이태원 참사 원인을 제공했던 정부. 그 정부에 재활 치료시설 확충을 기대하는 마약중독자들의 소망이라니 역설적 상황이다. 중독회복연대 회원들은 마약 제조·판매·운반행위는 엄격히 단속하고 처벌하되, 중독자 재활 치료만큼은 신경 써달라고 간절히 소망한다. 마약중독 회복자들은 이태원 참사에 공감할 만큼 사회적 공감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현 정부는 이태원 참사 대처에 공감능력이 없다고 질타받고 있다. 새해에는 마약중독자들도 국민이기를 바라는 그들의 소망이 이뤄지고, 현 정부도 공감능력을 키워 국민을 이롭게 하는 정부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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