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돌봄' 양적 확대·질적 도약할 때

이상미 기자 2023. 1. 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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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정부가 '초등 전일제 학교'를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방과 후 학교의 질을 높이고, 돌봄교실 형태를 다양하게 확대 개편한다는 구상인데요. 


학부모 부담을 낮추고,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출발선부터 평등하게  

국가가 돌봄 책임지겠다"


'초등 전일제 학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추진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다양화

'돌봄교실' 밤 8시까지 운영 계획 


질 높은 '초등 돌봄' 위한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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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성회 방과 후 학교 중앙지원센터장과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이성회 센터장 /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학교중앙지원센터 

안녕하세요.


서현아 앵커 

네, 지금도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와 돌봄 교실을 운영을 하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수요에도 턱없이 못 미치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사교육으로 빠지는 문제도 있더라고요.


왜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보십니까?


이성회 센터장 /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학교중앙지원센터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현재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입니다. 


이는 양적 측면, 질적 측면 두 가지 방면 모두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먼저 양적 측면부터 살펴보시면, 초등돌봄교실의 경우에는 2022년도 작년 기준으로 살펴보시면 현재 이용하는 학생 수가 29만여 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간 계속해서 1만 명 이상의 대기 인원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즉 양적 공급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초등 돌봄 수요도 역시 꾸준히 증가하여 양적 공급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질적 측면에서도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께서는 양질의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들, 예를 들어서 1학기에 농구 초급반을 수강했으면 다음 학기에 중급반 농구를 수강하기를 원하시는데요. 


현실적으로 이러한 학년별,수준별로 체계화된 양질의 프로그램을 학교가 제공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방과 후 학교의 법적 근거의 미비, 이에 따른 안정적 강사 수급의 문제, 학교 내 공간의 한계, 또 위탁업체 최저입찰제 규정을 따라야 하는 문제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제도적 문제들이 함께 존재합니다.

정리하면 즉,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수요와 공급 간의 부조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가시적인 문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질적 측면에서도 미스매치가 있다라는 말은 학부모들의 눈높이를 결국 못 따라가고 있다는 말일 텐데요. 


그래서 교육 돌봄이라는 단어를 강조하셨습니다. 


기존의 학교 돌봄과는 어떤 게 다른 겁니까


이성회 센터장 /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학교중앙지원센터 

제가 2020년도에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초등 돌봄교실 정책 효과 분석이라는 연구를 수행하였는데요.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금까지 초등 돌봄교실은 돌봄 공백이 발생했을 때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 자녀를 맡긴다는 안전 돌봄에 대한 중산층 학부모의 수요가 강하게 반영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학부모 정책으로서의 초등돌봄교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학생 정책으로서의 초등돌봄교실,

즉,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과 교육적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학생을 위한 교육 돌봄으로 한 단계 도약할 필요가 있겠다는 것이 제가 강조하고 싶은 연구 결과였습니다. 


안전 돌봄을 넘어서 교육돌봄으로 가기 위해서는 먼저 국정과제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과 후 교육활동, 혹은 20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양적 확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요. 


학생의 교육적 발달을 고려한 질 제고 역시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 앞으로의 학교 돌봄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본다면, 코로나19로 심각해진 아이들의 관계성 결손 문제, 친구에게 고마워, 미안해, 괜찮아, 아니면 잘했어라고 흔쾌히 말할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시키는 것, 최근 2~3년 동안 운동 부족으로 인해서 저하된 체력을 보강할 수 있는 공동체 체육활동 프로그램이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 혹은 학생이나 학부모의 수요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환류 체계를 구축하는 것 등이 안전 돌봄에서 교육 돌봄으로 도약하는 구체적인 방안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저도 학부모로서 안전 돌봄에서 교육 돌봄으로의 도약 꼭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문제를 짚어보면요. 


돌봄 교실 대기 문제가 전국적으로 심각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특별히 더 심각한 지역이 있더라고요.


이 지역에 따른 격차 문제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요.


이성회 센터장 /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학교중앙지원센터 

지금 초등돌봄교실 정책은 사실 2004년부터 시행된 꽤 오래된 정책입니다. 


당초에 초등돌봄교실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시행되어 오다가 점차 맞벌이 가정으로 정책 대상이 확대되었습니다. 


현재 정책 문서를 분석한 것을 보면 정책 도입 맥락의 대부분이 핵가족화 심화,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즉 맞벌이 가정의 증가입니다.


하지만 현재 정책 도입 맥락에서 간과되고 있는 부분이 이 집값으로 대변되는 지역 격차, 가구 소득의 불평등 문제입니다. 


다시 말해서 초등 돌봄교실 정책의 주요 정책 대상자인 맞벌이가 동질적인 집단이 아니라 학부모의 소득, 학력, 거주 지역에 따라 내부에 층화된 집단으로 존재합니다. 


제가 전국의 학교 현장을 방문해 보면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의 학생들은 대도시에는 그렇게 흔한 학원도 학생 생활 반경에서 거의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또한 당장 먹을 것, 간식, 급식, 교육적 개입이 절실하게 필요한 경우를 제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격차를 고려한 예산 분배와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는 시범사업의 운영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그렇습니다. 


그런데요. 지금까지 보면 방과 후 학교나 돌봄교실 운영을 둘러싸고 굉장히 갈등이 좀 많지 않습니까?


교원단체에서 일단 반대도 하고 있고요.


학교 관리자들도 많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데 어떻게 좀 지원을 해나가야 될까요?


이성회 센터장 /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학교중앙지원센터 

교사분들께서 가장 기피 하시는 업무들 중에 하나가 방과 후 학교 관련 행정 업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교사들의 행정 업무를 경감하기 위해서 각 시도 교육지원청에 방과 후 학교지원센터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존의 단위 학교를 중심으로 한 학교 돌봄 모형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협력 모형, 예를 들어서 충남 당진 행복교육센터, 오산시 교육재단, 도봉마을 방과후 활동 운영센터, 경남교육청 거점 통합 돌봄센터 늘봄 등과 같이 지자체 교육청 협력 모형, 지자체 마을 주도형, 교육청 주도형 등과 같은 다양한 모형들이 활성화될 수 있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그렇습니다. 


또 하나, 이제 정부의 구상 중에 하나가 돌봄 교실의 저녁 8시까지 연장 운영한다라는 게 있습니다. 


이것도 굉장히 좀 갈등이 첨예한 사안인데요. 


이게 정말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 맞냐, 적어도 저녁 시간에는 가족과 함께하도록 노동 문화부터 개선해야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이성회 센터장 /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학교중앙지원센터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돌봄 정책은 학생 정책으로의 도약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돌봄 정책에서 우리 어른들이 공유해야 할 핵심 목표는 돌봄 정책이 교육적인가, 학생 발달에 도움이 되는 일인가라는 교육적 목적성에 바탕을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 목적에 따르면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것은 아이들 입장에서 굉장히 불편하고 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 역시 십여 년 동안 일하는 엄마로 살아오면서 제 소원이 우리 세 아이들과 남편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나누면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해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평범한 일상의 회복을 교육 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즉, 저녁 돌봄 정책 사안의 경우에는 그 핵심적 구심점이 학부모 고용, 노동, 복지, 가족 정책이 되어야 하고 이것을 보조하는 정책으로서 교육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입니다. 


얼마 전 대통령께서 신년 인사회에서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언급하셨는데요. 


노동 개혁에서 근로시간 개편을 논의할 때 현재 주변화되고 있는 사안인 일하는 학부모 근로시간 정책이 노동 측면뿐만 아니라 국민의 총체적인 삶의 질이라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반드시 논의되고, 일하는 학부모 근로시간 정책 방안이 보다 현실적으로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서현아 앵커 

네, 이 돌봄 정책 둘러싸고 정말 많은 이견과 갈등이 있지만 우리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건 역시 아이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더 나은 돌봄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성회 센터장 / 한국교육개발원 방과후학교중앙지원센터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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