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비난받던 교육과정 연구진, 5·18 뺀 이유는

이유진 2023. 1. 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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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교육부 장관이 확정·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표현이 빠진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전적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한 연구진(집필진) 자율성이 반영됐다"고 해명했다.

교과서 집필진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강의 줄거리 및 기준만 교육과정에 제시하자는 취지로 '5·18민주화운동'이나 '(6·25) 남침' 표현 삭제를 결정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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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10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하려다 시민들에게 가로막혀 멈춰선 채 눈을 감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달 교육부 장관이 확정·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표현이 빠진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전적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한 연구진(집필진) 자율성이 반영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다시 넣을 땐 연구진 뜻을 묵살했다, 이제 와 ‘5·18 삭제’는 “연구진 판단”이라고 책임을 돌리는 교육부의 태도 탓에 불필요한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 ㄱ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5·18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교육과정을 ‘교과서의 요약본’으로 만들지 말자는 대강화 취지에 따른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하나의 역사를 강요하지 않도록 가급적 광범위하게 서술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교과서 집필진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강의 줄거리 및 기준만 교육과정에 제시하자는 취지로 ‘5·18민주화운동’이나 ‘(6·25) 남침’ 표현 삭제를 결정했다는 의미다.

현행 초등학교 사회과나 중학교 역사과,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을 보면 성취기준 학습요소 등에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을 열거하고 있다. 하지만 새 교육과정을 보면 해당 부분이 ‘4·19혁명에서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과정을 탐구한다’ 등으로 변경됐다. 광주시교육청의 5·18민주화운동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전남 지역 한 역사교사는 “교육과정에 적혀 있는지 여부를 떠나 민주화운동 과정을 살펴보려면 5·18은 당연히 가르칠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진의 의도는 지난해 교육과정 시안이 공개된 직후부터 이념 공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2025년부터 중·고등학생이 배울 역사 교육과정 시안이 공개되자 보수언론은 ‘자유민주주의’, ‘남침’ 표현이 빠졌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 꾸려진 연구진이 개발한 탓에 ‘좌편향’이 우려된다고 비난했다. 당시 이들로부터 ‘좌편향 알박기’ 인사로 지목받은 역사과 연구진 ㄴ씨는 “당시 남침을 둘러싼 소모적 논쟁이 심했기 때문에 두 번째 공개된 (교육과정) 시안에선 남침을 다시 넣었다”고 설명했다. 여론몰이가 연구진에게 간접적인 압박이 됐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연구진에 책임을 전가하는 교육부 태도에 대한 비판도 크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5·18은 정부가 누락하도록 한 사항이 전혀 아니”라며 “남침이 삭제됐다 다시 반영된 것도, 5·18이 누락된 것도 전적으로 연구진 자율성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연구진 동의 없이 중·고교 역사과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을 추가한 바 있다. 조한경 역사교사(경기 시흥능곡고)는 “연구진이 제출한 시안과 다르게 ‘자유민주주의’를 추가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연구진을 핑계로 삼는 모습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자칫 교육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교과서 집필기준에 대한 교육부의 과도한 개입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교과용도서 편찬 준거’에 ‘5·18민주화운동’과 함께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반영하여 교과서에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연구진 ㄱ씨는 “교육부가 5·18을 지렛대 삼아 집필기준에까지 관여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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