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연의 월스트리트 나우] 다우지수 급락에도 폭등한 월가 `은행 대장주` JP모건
투자가 쉽지 않은 시기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유동성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유례 없는 활황을 보였던 주식시장도, 코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금리 상승 시기에 오히려 주목받는 업종도 있습니다. 은행 업종이 바로 그렇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대출금리와 예·적금 금리가 상승하고 예대금리차는 커지게 됩니다. 은행 입장에선 순이자마진이 확대된다는 의미죠. 게다가 시중 유동성은 변동성이 커진 위험자산보다는 예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쏠리는 이른 바 '역(逆) 머니무브' 현상도 나타납니다. 대출 재원인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셈이죠.
미국 은행주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기업을 소개합니다. JP모건 체이스(J.P Morgan Chase & Co. 뉴욕거래소 상장, 티커명 JPM)는 3일(현지시간) 종가 135.12달러 기준 시가총액이 3963억달러(약 503조5432억원)로, 글로벌 은행 중 단연 시가총액 1위입니다. 게다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자수익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 확실합니다.
잘 알다시피 JP모건은 미국 월가를 이끄는 간판 금융사입니다. 존 피어폰트 모건(John Pierpont Morgan)이 1799년 설립한 은행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하나죠. 'JP모건의 역사가 월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는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회장이 CEO(최고경영자)를 맡고 있습니다. 그는 월가의 거물입니다.
JP모건 주가는 뉴욕증시의 전반적인 침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최근 3달 새 25% 이상 급등했는데요, 같은 기간 뱅크오브아메리카(7.7%), 웰스파고(0.5%), 씨티그룹(7.5%) 등 다른 은행주보다도 상승 폭이 큽니다.
일단 지난 3분기 실적이 양호합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0.4% 증가한 327억2000만달러로 시장 컨센서스 318억8000만달러를 웃돌았고, 주당순이익(EPS)도 3.12달러로 컨센서스 추정치인 2.96달러를 0.16달러 상회했습니다.
특히 순이자이익(대출로 벌어들인 이익에서 이자 비용을 뺀 금액)과 순이자마진(NIM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의 성장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순이자이익은 금리 상승으로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한 175억달러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순이자마진은 2.09%로 47bp(1bp=0.01%p) 올랐습니다. 여행과 식당 소비가 지속되며 카드 매출이 13% 늘고, 분기 평균 대출과 예금이 각 7%, 3%씩 상승했고요.
다만 비이자이익은 159억달러로 전년 대비로는 8% 줄긴 했습니다. 증권투자 순손실 9억6000만달러, 투자은행 수수료 47% 감소, 주택 대출 34% 감소 등이 주 요인입니다.
3분기 실적발표 당시인 지난해 10월 다이먼 CEO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향후 6~9개월 내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JP모건은 악영향에도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죠. 상반기 중 자사주 매입 재개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이와 함께 4분기 가이던스를 새로 제시하고 연간 가이던스도 추가 상향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이자이익은 4분기 중 최대 190억달러, 지난해 연간으로는 최대 660억달러(약 84조84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제시한 연간 580억달러보다도 35억달러(6.0% 증가)가 추가 상향된 수치로, 작년에만 이자이익 가이던스를 세 차례 연속 상향한 셈입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JP모건이 이달 13일 2022년 4분기 실적발표에서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 주당 11.69달러의 EPS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다.
은행 업종은 요즘 같은 '투자 혹한기'에 배당주로도 매력적입니다. 경기 침체기에 주가는 하락 전환하더라도 배당금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JP모건의 분기별 배당금은 주당 1달러로, 연간 배당수익률은 2.98%입니다. 이번 배당금 지급일은 이달 31일, 배당락일은 1월 5일인데요, 만약 이달 5일 전까지 JP모건 주식 10주를 산다면, 배당금 10달러를 받을 수 있는거죠.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9.3배로 시장(S&P500 종목) 평균 15.3배, 금융 산업(XLF ETF) 11.2배보다 낮은 매력적인 수준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월가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분위기 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크리스 코토프스키 연구원은 "고금리 수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대출 증가도 도움이 된다"며 은행들의 지난해 4분기와 2023년 실적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모건스탠리도 JP모건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비중 확대'로 두 단계 상향하고 목표 주가도 126달러에서 153달러로 올려 잡았다. 베시 그래섹 연구원은 "JP모건이 다른 은행주보다 경기침체에 더 잘 견디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마이너스였던 영업 레버리지가 올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근 JP모건에 투자의견을 낸 글로벌 애널리스트 25명이 제시한 목표주가는 평균 143.29달러입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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