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충남대-한밭대 통합 논의 공식화...과제 수두룩

최두선 2023. 1. 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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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학 내부 논의 거쳐 구랍 28일 통합 논의 선포식
통합 공동추진위 구성해 최적의 통합안 마련키로
통합 시 학부 재학생 수 전국 최고 규모 국립대 등극
일부 여전한 반대·통합 교명 결정·학과 통폐합 과제
구랍 28일 이진숙(왼쪽) 충남대 총장과 오용준 한밭대 총장이 두 대학간 통합 논의 선언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통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두 대학이 통합하면 전임 교원 수는 부산대·경북대 수준으로, 학부 재학생 수는 전국 최고 수준으로 늘어난다. 충남대 제공

대전지역 대표 국립대인 충남대와 한밭대가 내부 논의를 거쳐 통합 의지를 공식화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감으로 전국 대부분의 국립대가 통합한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이상 통합작업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통합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구성원 설득과 교명 합의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아 실제 통합 과정에 적지 않은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4일 충남대와 한밭대에 따르면 구랍 28일 오후 대전 유성 한 호텔에서 '통합 논의 공동 선포식'을 가졌다.

이진숙 충남대총장과 오용준 한밭대 총장은 이 자리에서 '대한민국 최고 명문 통합 국립대를 목표로 양교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의 상호 존중, 신뢰 속에서 통합 논의를 시작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한 뒤 서명했다.

이진숙 총장은 "대학 간 통합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역을 넘어 세계 최고 국립대로 성장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통합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오용준 총장도 "통합 논의는 지역 균형발전을 견인할 최고의 인재를 두 국립대가 힘을 합쳐 기르자는 다짐이자, 미래형 국립대의 새로운 틀을 만들자는 결의"라고 거듭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대학이 통합 논의에 본격 나선 것은 자체 혁신 노력만으로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일회계법인이 발표한 연구용역결과를 보면 학령인구 감소로 2035년 이후 지방대학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지역 거점대학인 충남대 역시 이를 피해갈 수 없다는 전망이 나왔다. 위기 상황은 벌써부터 감지된다. 대학알리미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대와 부산대, 충남대 등 거점 국립대도 신입생의 9% 이상이 빠져나갔고, 9개 거점 국립대 신입생 중도 탈락 비율도 8.2%에 달했다.

여기에 "다른 거점국립대들이 거의 통합작업을 마친 만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실제 전국의 9개 거점 국립대 충남대와 충북대를 제외한 7곳은 일찌감치 통합 작업을 마무리했다.

두 대학은 올해 상반기까지 가칭 '대학통합 공동협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학 간 실무회의와 공동 용역, 학내 구성원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최종 통합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교육부에 통합신청을 하면 심사를 거쳐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대학가에선 양 측의 의견을 조율해 대학 최종 통합을 결정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대와 경남과기대가 통합한 경상국립대는 2017년 논의를 시작해 4년 뒤인 2021년 통합에 성공했다.

두 대학의 통합이 이뤄지면 전임교원 수는 부산대·경북대 수준인 1,194명으로, 학부 재학생 수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2만6,459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진숙(앞줄 왼쪽 세번째) 충남대 총장과 오용준(네번째) 한밭대 총장, 두 대학 관계자들이 구랍 28일 통합논의 선포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충남대 제공

두 대학이 통합 논의에 본격 나선 가운데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매듭을 풀어야 할 과제는 학내에 여전한 일부 통합 반대 여론이다. 충남대에선 지난해 9월 총학생회의 설문조사결과 96.3%가 통합을 반대했다. 총학생회는 이를 토대로 반대서명 운동을 벌이고 반대를 위한 분향소까지 설치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한밭대 대학발전특별위원회가 학내 구성원을 상대로 의견수렴을 한 결과 학부생의 50.7%가 반대했다. 그나마 교수와 직원·조교, 대학원생은 절반 이상이 찬성해 통합 논의의 명분은 확보한 상황이다.

통합 과정에서 교명 논의도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충남대 측에선 앞서 통합한 7개 거점 국립대가 모두 기존 교명을 유지한 만큼 '충남대'를 교명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반면, 한밭대 측은 아예 새로운 교명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밭대 측에선 흡수 통합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교명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진숙 총장은 이와 관련, "모든 절차는 구성원 및 지역민과 공유하고, 양교의 존중과 신뢰에 기반한 최선의 협력 속에 통합 모델을 만들어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 글로벌 최고 대학으로 나아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감대를 최대한 형성해 통합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두 대학 간 유사한 학과의 개편도 빠뜨릴 수 없다. 충남대 혁신방안 2차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한밭대와 유사한 학과는 15개다. 학생 수로는 충남대 1,119명, 한밭대 1,206명으로, 두 대학의 총 입학정원(5,484명)의 42.4%에 달한다.

두 대학 관계자는 "현재 유사학과에 대한 비율만 나왔을 뿐"이라며 "실무 협의 과정에서 학과 개편에 대해 양 측이 다양한 방안을 두고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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