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빠진 새 교육과정…이주호 장관 "교과서엔 넣겠다"(종합)
기사내용 요약
개정 역사 교육과정 5·18민주화운동 제외 논란
교육부 재차 "정부가 누락하도록 한 것 아니다"
"집필 정책 연구진이 자율적으로 판단한 결과"
"의견수렴 동안 문제제기 없어…편찬준거 반영"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자유민주주의'를 뒤늦게 포함했으나 '5·18 민주화 운동' 표현은 빠진 채 유지한 2022 개정 교육과정 논란에 대해 교육부가 "전적으로 연구진(집필진)의 자율성에 의해 반영됐다"고 밝혔다.
학교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세부 표현을 뺀 결과라는 해명에 자유민주주의를 뒤늦게 다시 넣은 것과 모순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나온 답변이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새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집필 예정인 교과서에는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4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5·18 민주화 운동 제외 논란에 대해 묻는 말에 "정부가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누락하도록 한 사항은 '전혀 아니다'라는 말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2021년 연말에 구성된 정책 연구진에 의해서, 그 이전에 큰 방향에서 우리 교육과정 개정의 틀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정책 연구가 이뤄졌다"며 "대강화의 큰 원론적인 틀이 확정됐고 그에 맞춰 '학습 요소'를 전 교과에서 대폭 생략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과정 대강화는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칠 지 국가 차원의 교육과정에서 세세하게 규정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라는 취지다.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학습 요소'라는 대목이 있는데 지난해 고시된 개정 교육과정에는 '학습 요소'가 통째로 제외돼 있다.
지난 2021년 2월부터 추진한 '2022 개정 교과교육과정 개발 기준 마련' 연구를 통해 대강화 방침을 정한 뒤, 교육과정 문서 체계 개선안을 마련해 적용한 결과다.
다만, 지난해 8월 '자유민주주의', '6·25 남침' 표현 제외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예정되지 않았던 브리핑을 열어 해당 표현을 포함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최종 확정된 교육과정에 포함됐다. 이를 두고는 역사 교육과정을 집필한 정책 연구진도 반대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보수 진영에서 선호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넣고 진보 진영에서 강조하는 제주 4·3이나 5·18 민주화 운동은 빠진 채 둔 게 의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지적에 오 실장은 "연구진들이 시안을 제출했고 국민참여소통채널(온라인), 공청회, 2차 대국민 소통채널을 통해 의견 수렴을 거쳤다"며 "들어온 의견 전체를 전달, 연구진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했다"고 해명했다.
남침 등 표현 삽입은 '대강화 기조'에 어긋나지 않냐 묻자, 오 실장은 "그 부분도 연구진이 판단한 것"이라며 "어느 정도가 들어간 것이 대강화라는 본질, 방향을 해치지 않으며 국민들의 우려나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성할 것이냐 등을 전적으로 연구진의 자율성에 의해 반영했다"고 재차 해명했다.
장홍재 책임교육정책관은 "(2022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보면 '4·19부터 6·10 민주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과정을 학습해야 한다'는, 시작점과 끝나는 시점을 표시하는 부분으로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5·18이 빠진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논란이 되자 이날 오후 설명자료를 내고 "지난해 3월 연구진이 교육부에 제출한 중간보고서부터 '5·18 민주화 운동'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8·15 광복, 4·19 혁명 등 시대 변화의 주요 기점이 되는 역사적 사건 일부만 제한적으로 수록했다"고 재차 해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8월 말부터 진행했던 국민참여소통채널, 공청회, 행정예고 등을 통해 폭넓게 의견 수렴을 거쳤다"며 "이 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별도의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게 '교과용도서 편찬 준거'에 5·18 민주화 운동과 함께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반영, 교과서에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22일 확정해 고시한 '2022 개정 고등학교 교육과정' 한국사2의 '대한민국의 발전' 대목에는 배워야 할 내용인 성취기준에 현행 교육과정에 있는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표현이 빠져 있다.
지난 2018년 7월 개정된 현행 고등학교 사회과 한국사 교육과정을 보면, 같은 대목의 학습요소로 5·18 민주화 운동 표현이 포함됐다. 소주제 '4·19 혁명과 민주화를 위한 노력'에 포함된 학습요소 중 하나다.
야권과 시민사회 반발도 거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가 노골적으로 5·18 민주화운동 지우기에 나섰다"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 5월 단체와 당사자들은 "기록말살"이라는 표현을 쓰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5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2026년 중·고교 1~2학년, 2027년 전 학년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교육부는 관련 규정 등에 근거해 이르면 이달 말 검·인정 교과서에 대한 검정실시 공고를 내고 편찬상의 유의점 등을 밝힐 계획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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