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 뚫고 고공행진, 방산株 올해도 진격
작년 수출 크게 늘며 주가 뛰어
정부 방산·우주산업 육성도 호재
증권가 "호실적 지속될 것" 전망
지난해는 "전쟁의 포성이 울리면 주식을 사라"는 격언도 통하지 않는 하락장이었지만 전쟁의 수혜를 입게 된 종목들도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방위산업 기업들의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른바 'K-방산'이 높은 상품성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세계의 인정을 받게 되자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줄줄이 뛰었다. 증권가는 올해도 방산주들이 수주 확대를 통해 호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불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는 49.4% 상승했다. 한국항공우주(KAI)는 54.7%, LIG넥스원은 33.4%, 현대로템은 36.5% 등 국내 방산 기업 대부분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5.2% 하락하는 등 증시 전반이 침체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오름세였다.
연간 수출액이 3~4조원대였던 'K-방산' 기업들은 지난해 '신냉전'이라고 할 만한 국제정세의 긴장 속에서 수십조원대의 수주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중순께 폴란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방산물자 확대를 발표하면서 주가는 더욱 힘을 받았다. 폴란드는 미국, 영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무기를 지원하고 있어 전력 공백이 우려되는 가운데 대규모 무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폴란드는 한국과 FA-50 경공격기 개량형 48대,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대를 도입하는 기본계약을 지난해 7월 체결했다. 124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이다. 이후 납품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KAI의 FA-50, 현대로템의 K2 전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등의 납품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집중돼 있어이익 증가 사이클은 2030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10조원 이상의 대규모 계약이 기대되는 분야는 호주 레드백(Redback) 장갑차, 미국 공군 전술훈련기(ATT)와 차세대 유무인 보병전투장갑차(OMFV),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 수출"이라며 "조 단위 수주는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해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 중동도 군비를 늘리는 추세로, 세계의 방위사업 수요는 경기침체와 반대로 성장한다"면서 "방산 수출 시장의 20%를 차지했던 러시아가 제재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잃게 된다면 러시아 무기를 수입하던 인도, 중동, 동남아 국가로의 수출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방산·우주항공 사업 육성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중점 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민간 주도로 우주산업을 본격 육성하기 위한 성장 거점으로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지정·구축한다고 지난해 말 밝혔다. 윤 정부는 2045년에는 우주 발사체에 사람을 태울 수 있을 정도의 기술 수준에 도달한다는 목표로, 2027년까지 정부 우주개발 투자 예산을 현재의 두배 수준인 1조5000억원으로 늘리고 한국판 미 항공우주국(NASA)인 우주항공청도 설립할 예정이다.
방산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올해 첫 출시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K-방산 ETF다. 5일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 K방산Fn' ETF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방위산업에만 집중 투자하는 국내 ETF가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상품은 '에프앤가이드 K-방위산업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고, 기초 적정성 규정을 충족하는 종목들 가운데 '방산' 키워드 유사도와 시가총액 등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10개 종목을 선정했다. 예상 신탁원본액은 160억원 수준이다.
거래소 측은 "국제 정세 불안에 따라 세계적으로 국방비 증가 기조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출 규모가 2020년 30억달러에서 지난해 73억달러로 크게 늘었다"며 "향후에도 높은 성장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만년 내수 관련주로 저평가됐던 국내 방산주를 이제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성장주라고 부른다"면서 "우리 방산기업의 무기 수출 규모는 세계 7위권으로 갈수록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서 수출경쟁력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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