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돼지"...넘어진 10t 트럭, 쏟아져 나온 돼지 130마리

강릉서 돼지 싣고 가던 트럭 도로에 전도 사고
주민·경찰, 도로변으로 몰아 안전조치…2차 사고 없이 마무리

트럭 전복 사고로 도로에 쏟아져 나온 돼지들 [강원경찰청 제공]

"돼지를 싣고 가던 트럭이 옆으로 쓰러지는 사고가 나면서 도로에 쏟아져 나온 돼지들이 도로 위를 헤매고 있어요."

강원 강릉시에서 100마리가 넘는 돼지를 싣고 달리던 트럭이 옆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적재함에 실려 있던 돼지들이 한꺼번에 도로에 쏟아져 나와 누비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영상이 경찰청 유튜브에 뒤늦게 올라오면서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4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10시 10분쯤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한 도로에서 주문진의 사육장으로 향하던 10t 트럭이 급커브길에서 중심을 잃고 옆으로 넘어졌다.

트럭이 '쿵'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순간, 트럭 적재함에서 쏟아져 나온 돼지 130마리가 도로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운전자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병원 치료를 위해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어 자유분방한 돼지들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고 현장의 기막힌 모습을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이 나서 도로 100ｍ 구간 안으로 돼지들을 몰아 중앙선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뒤 이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한 주민이 "사고 직후엔 돼지들이 흥분해서 날뛰다가 지금은 다소 진정이 된 상태"라면서 "돼지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녀서 여기서 꼭 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는 현장을 떠났다. 돼지 지키기 바통을 이어받은 경찰들은 돼지들이 차량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교통관리에 나섰고, 도로를 이탈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돼지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 위에서 낮잠을 청하거나, 경찰들의 눈을 피해 중앙선 밖으로 호기심 어린 발걸음을 내딛기도 했다.

4시간가량 이어진 한바탕 소동 끝에 현장에 대체 운송 차량이 도착하면서 돼지들은 무사히 본래 목적지로 향할 수 있었다.

서부지구대 소속 유호연 경위는 "흔히 볼 수 없는 이례적인 사고다 보니 당시 도로를 지나가던 시민들도 속도를 늦추고는 사진이나 영상을 찍었다"며 "2차 사고 없이 현장 조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