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평범한 미래 위해”… 러 부모들, 아르헨 ‘출산 관광’ 줄섰다

정채빈 기자 2023. 1. 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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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7일 러시아의 군사 동원령에 따라 징집된 군사들이 모스크바에서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EPA 연합뉴스

러시아 부모들 사이에서 아르헨티나 원정출산 유행이 일고 있다. 무비자에 국적취득도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3일(현지 시각)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부모들은 출산을 위해 아르헨티나로 몰려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르헨티나가 러시아인에 대한 무비자 방문을 허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애초 러시아 여권으로 무비자 방문이 가능한 나라는 약 80개국이었으나, 전쟁 발발 후 많은 국가가 러시아와의 교류를 차단하며 이동이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방문이 자유로운 아르헨티나가 원정출산지로 떠오른 것이다.

또 아르헨티나 국적을 취득하면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을 포함해 171개국을 비자 없이 단기 방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보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아이의 외국인 부모도 아르헨티나 시민권을 취득하는 데 2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주아르헨티나러시아대사관 관계자는 “지난해 러시아인 2000~2500명이 아르헨티나로 왔고 그중 대다수가 출산을 계획한 여성”이라며 “올해에는 1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모스크바에서 보석 디자이너로 일하던 여성 폴리나 체레포베츠카야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 한 여성병원에서 아이를 낳았다. 그는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는데, 내 앞에 줄을 선 러시아 여성이 적어도 8명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직후 임신을 확인했는데 국경이 빠르게 막히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쉽게 갈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아르헨티나 여권이 우리 아이에게 문을 많이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한 브로커는 “이미 5월까지 (러시아 부모들의 출산 관광) 예약이 꽉 차 있고 매일 12명 이상의 러시아 임신부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한다”며 “병원에서는 러시아어로 광고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르헨티나 출산 관광 중개 비용은 약 1000파운드(약 150만원)에서 8000파운드(약 1200만원)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군 징집 확대에 따라 출산 후 귀국하지 않고 아르헨티나에 남는 러시아인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출산한 빅토리야는 “단순히 아르헨티나 여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아이에게 평범한 미래를 주기 위해 아르헨티나 이주를 결정했다”며 “러시아에선 양질의 서구식 교육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징집을 하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남편은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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