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간판 아래 노동탄압?…제대로 속도 낼까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이준규 기자 정다운의>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3대 개혁, 특히 '노동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동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노동개혁이 과연 정부 장담대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경제부 이준규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연초부터 정부가 3대 개혁을 강조하는데, 첫머리에 노동개혁이 놓였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부터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는데요.
우선 윤 대통령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윤석열 대통령]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 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가장 먼저 노동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아가야 합니다"
[기자]
어제 열린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는 각 부처에 3대 개혁의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는데요.
그런데 교육, 연금 같은 다른 분야와 달리 노동개혁은 벌써 전문가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안으로 윤곽이 제시됐습니다.
곧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업무보고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 권고안이 발표될 때부터 경영계와 노동계 간의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잖아요.
[기자]
네. 가장 갈등이 극심한 지점이 노동시간 문제입니다.
우선 경영계, 특히 중소기업은 주52시간제를 지킬 여력이 없다면서 노동시간 유연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이명로 스마트일자리본부장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이명로 스마트일자리본부장]
"제일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근로시간 문제죠. 주52시간제로 되어 있는데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를 할 필요가 있다"
반면 노동계는 과로사를 양산할 노동 개악이다. 이렇게까지 맹비난했습니다.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입니다.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
"임금과 노동 시간을 사용자에게 결정권을 주면서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에게는 주당 짧게는 69시간, 길게는 90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있는 장시간 노동체계로 진입시킨다"
[기자]
특히 정부는 노동개혁 과제 상당 부분을 노사 자율에 맡기겠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4% 수준이고, 특히 근로자 수가 100인 미만인 작은 기업들의 노조 조직률은 1%대에 불과한 점을 생각하면 어떻게 노동자가 원하는대로 쉬고 임금을 받겠냐, 이런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반발이 계속 이어질 텐데, 정부 계획대로 노동개혁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기자]
그 말씀도 맞지만, 더 큰 문제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노동개혁에서 제시된 방안 대부분이 법 개정사항이라는 겁니다.
주52시간제가 문재인 정부의 유산이고 노동계까지 이렇게 반대하는데 야당이 협조할 가능성은 거의 없죠.
문재인 정부 시절에야 노동 문제로 국회 갈등이 빚어지면 우회로가 있었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 대화로 명분을 가져왔는데 지금 위원장이 김문수 위원장이잖아요.
노동 현장을 떠난 지 오래됐기도 하거니와 지난해 국감에선 야당과 크게 한 판 붙기도 했죠.
한동안은 정부 스스로 바꿀 수 있는 시행령으로 세부 과제만 다듬는 수준에 머물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게 뻔 한 걸 다 알 텐데, 정부가 노조를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더 자극하고 있어요. 건설노조 불법 행위 논란에 노조 회계 투명성 논란까지 전부 정부가 시작했잖아요.
[기자]
심지어 이런 모순된 상황 속에서 노동개혁이 3대 개혁 가운데 선두주자로 치고 나왔죠.
그래서 정부의 관심사가 노동개혁의 결과물이 아니라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앵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무슨 뜻이죠?
[기자]
화물연대 2차 파업 때 떠올려보시면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섰더니 지지율이 오히려 올랐죠?
얼핏 보면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정부가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요.
이걸 뒤집어 말하면 개혁에 저항하는 '적폐 세력'인 '귀족 노조'에 양보 없이 압박하는 정부의 모습, 여기에 노동개혁의 정치적 방점이 찍혀있다는 겁니다.
물론 노동개혁이 계획대로 추진돼도 좋지만, 야당과 노동계가 반발해 늦어질수록 내년 총선에 "노조, 야당의 반대 없이 마음껏 일하게 해 달라", 지지세력에 호소할 명분이 갖춰지는 이른바 '꽃놀이패'를 쥔 셈입니다.
연금, 교육 개혁이 늦어지는 것도 결국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도록 준비하는 건데, 반대로 노동개혁은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노조를 압박까지 하는 상황을 보면 애초부터 정부가 노동계를 대화와 타협의 대상으로 간주하지도 않았다고 봐야죠.
[앵커]
노조와 야당이 반대할 게 뻔한 노동개혁을 강행할수록 보수층이 여당을 지지하게 된다, 야권과 노동계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네요.
[기자]
하지만 오히려 이 상황이 정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왜죠?
[기자]
노동개혁 과제가 굉장히 많지만 최대 히트 상품은 결국 노동시간인데요.
현 정권의 주요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2, 30대 남성들, 이제 막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세대에게는 역린과도 같은 문제거든요.
당장은 노동계에 파상공세를 펼쳐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장시간 노동, 과로사 논란이 부각되면 지지층 이탈을 부를 수 있습니다.
또 6개월 정도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보면 노동계 이슈로 뭐가 떠오르시죠?
[앵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있었고, 중대재해법 개정 논란도 있었고, 노란봉투법도 있었죠.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노동자들의 빼앗긴 권리를 찾자는 프레임 위에서 노정 관계가 움직였거든요.
아까 말씀드린대로 노동개혁은 국회에 막혀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노동계와 야권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이 직접 '진짜 노동개혁'을 선보여서 이슈를 끌고 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의 제안을 들어보시죠.
[인서트: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
"권리를 갖지 못한 미조직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권리를 찾기 위해서 이런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라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개혁 요구를 내세우고 쟁점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정부의 노동개혁 공세에 수비만 하지 말고 새로운 판을 짜보자는 거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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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규 기자 findlov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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