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진상규명···정부·여당 무책임 드러낸 ‘이태원 참사 청문회’

김윤나영 기자 2023. 1. 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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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왼쪽)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용산이태원참사진상규명과재발방지를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활동 기한 종료를 사흘 앞둔 4일 윤희근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1차 청문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0월29일 참사 초반 현장에 경찰이 2명밖에 배치되지 않는 등 정부의 총체적 부실 대응이 드러났다. 청문회에 출석한 정부 인사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도 150여명의 무고한 시민이 숨진 사태와 관련한 야당의 책임자 처벌 요구에는 선을 긋고 있다.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활동 기간 연장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태원 참사 당일 초반 현장에 경찰이 2명뿐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유해진 용산소방서 현장대응단 팀원은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사 당일 소방이 28차례에 걸쳐 지원을 요청한 이유’를 묻자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이 많지 않았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2명 정도 봤다”며 “현장 통제는 한참 동안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참사 당일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100건 넘게 빗발쳐 코드제로(긴급상황 최고단계)가 발령됐는데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사 당일 상황을 지휘해야 할 책임자들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김 청장은 참사 당일 경찰 대처에 대해 “압사라든지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성 제기가 없었다”며 “마약과 범죄 예방에 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참사 당일 음주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를 할 수 있다. 그런 것까지 밝혀드려야 하나”라며 야당 의원에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국조특위 위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구속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질의를 집중하면서 참사 책임을 돌렸다. 박형수 의원은 “(참사 당일) 압사 관련 우선조치를 하라는 무전을 들었냐”고 물었고, 이 전 서장은 “들은 것 같다. 일단 그냥 흘러가는 무전 정도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참사를 정쟁화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만약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서 큰 참사가 났는데, 사저에는 김정숙 여사와 (문 전 대통령의) 따님, 그리고 풍산개만 있었다면 사저를 지키는 경찰·경비 병력이 전부 철수해서 사고 현장에 가야 하나”라고 따졌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2월 참사 당일 ‘닥터카’ 탑승 논란을 일으킨 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증인 채택 시도에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민주당과) 같은 편이네”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이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참사 책임자 한덕수 국무총리 증인 채택은 막았고, 신 의원 증인 채택을 주장하다 유가족의 빈축을 샀다.

여야가 합의해 채택한 증인 출석조차 원활하지 않았다. 증인 7명은 ‘구속수감 중’ ‘병가’ 등을 이유로 국정조사 출석을 거부했다. 국조특위는 이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등 5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책임자 처벌도 미진한 상황이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대해 ‘잠재적 혐의 없음’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연초 개각은 없다”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유임 의사를 밝혔다. 이 장관, 윤 청장, 김 청장은 사의를 표하지 않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인사회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여야 대치로 국정조사 활동기한 연장은 난항을 겪고 있다. 국정조사는 오는 6일 2차 청문회를 끝으로 오는 7일 종료된다. 국정조사 연장을 요구하는 야당과 연장에 미온적인 여당의 대치로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 정부여당의 무책임한 태도로 진상규명이 물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명선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유가족들 눈에서 두 번 다시 눈물 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진상규명하라는 외침에 국회가 응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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