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얼음장처럼 찬데 무심코 넘기면 ‘괴사’까지

이승구 2023. 1. 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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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혈관 순환장애 ‘레이노증후군’ 손발 시림 증상 유발...초기 주로 발 시리고 걷거나 계단 오를 때 종아리에 통증
동맥경화증은 말초혈관으로 가는 혈액 줄여…발 차가운 증상
레이노 증후군은 수족냉증과 같이 날씨가 추우면 손발이 차가워진다는 공통점이 있어 병을 헷갈리기 쉬우니 더 악화되지 않도록 잘 살펴봐야 한다. 클립아트코리아
 
추운 날씨가 지속되는 겨울에는 유독 손발이 시린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추운 날씨 때문에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손발이 과하게 차고 시리다면 큰 통증이 없더라도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팔‧다리처럼 심장과 다소 떨어져 있는 곳까지 산소가 들어 있는 혈액을 공급하는 말초혈관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손발 시림 증상을 유발하는 말초혈액순환 장애에는 대표적으로 ‘레이노증후군’이 있다. 이는 교감신경의 과도한 반응으로 손가락, 발가락의 말초혈관이 극도로 수축하면서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레이노증후군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약 2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다. 여성이 남성보다 혈관이 더 가늘고, 초경‧임신‧출산 등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 설거지 등을 자주 하면서 찬물에 많이 노출됐던 과거력, 자궁이나 난소 등 내부장기에 혈액이 몰리는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조성신 교수는 “레이노증후군은 따뜻한 피가 손끝과 발끝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서 손이 차고 시린 증상이 생기며, 손가락의 색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조성신 교수는 “혈관이 수축해 손끝, 발끝이 하얗게 변했다가 이 상태가 지속되면 산소가 부족해 ‘청색증’이 나타나 파란색이 되고, 다시 혈관이 이완돼 피가 전달되면 붉어지게 된다”라며 “심하면 손끝과 발끝에 산소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저림 증상과 가려움증, 통증을 동반하며 피부 괴사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말초혈관 순환장애가 의심되면 일정 시간 찬물에 손을 담갔다가 말초의 혈류 속도와 온도가 몇분 안에 돌아오는지 확인하는 혈관 기능 검사나, 찬물에 손을 담갔다가 동위원소 약물을 주사해 증상 부위 변화를 관찰하는 핵의학 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치료는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며, 대부분 통증이 가벼워 약물 치료로 조절하게 된다.

조 교수는 “평소에 체온을 잘 관리해 차가운 공기나 찬물에 노출되는 것을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고, 양말‧실내화‧장갑 등을 착용해 손과 발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라며 “증상이 심한 경우 약물 치료로 증상을 완화시킨다”고 밝혔다.

이어 “약물로 잘 조절이 되지 않을 때는 교감신경 차단술로 치료하기도 한다”며 “흡연자라면 반드시 금연해 말초혈관의 수축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말초혈관의 순환을 방해하는 다른 요인으로는 ‘동맥경화증’이 있다. 심장에서 피를 보내는 길인 동맥의 어느 한 곳이 막히게 되면 말초혈관으로 가는 혈액양이 줄어들면서 손이나 발이 차가워진다. 동맥경화증은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흡연 등 위험인자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손보다는 발쪽이 차가워지는 경우가 많다. 또 한쪽 발에만 차가운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발의 시림과 함께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종아리의 통증이 주로 나타나지만, 어느 정도 진행되면 발가락의 검은색 변화와 함께 통증이 동반되고, 적절한 진단‧치료의 시기가 늦어지면 손끝‧발끝의 괴사가 진행된다. 진단과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괴사가 점차 진행돼 패혈증에 빠지기도 하고, 심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진단은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다리 혈압을 동시에 측정해 발목 혈압과 위팔 혈압의 비율을 측정한다. 발목상완지수(ABI)가 0.9 이하이면 말초동맥 질환을 의심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혈관초음파 등의 추가 검사를 진행하게 된다. 

말초동맥경화증으로 진단이 되면 피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가느다란 철삿줄에 달린 기구들을 혈관에 넣어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부터, 피부를 절개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피를 말초로 보내주는 우회로 수술 등 다양한 치료법들을 고려하게 된다.

조 교수는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 적절한 시기에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 약물치료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라면서 “초기 증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내원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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