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시 첫날 애플·테슬라 시총 160조원 증발… “40년래 최악 경기”

손진석 기자 2023. 1. 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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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금값이 치솟고 있다./로이터 뉴스1

새해 벽두부터 금값이 치솟고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뉴욕 증시의 올해 첫 거래일인 3일(현지 시각) 글로벌 시가총액(시총) 1위인 애플이 3% 넘게 급락하면서 시총 2조달러 밑으로 무너졌고, 테슬라 주가는 12.24% 폭락했다. 이날 하루에 증발해버린 시총이 애플은 98조원, 테슬라는 60조원에 달한다.

안전자산인 금(金) 가격이 오르고 실물 경기를 반영하는 유가가 내려가는 건 불황의 늪에 빠져든다는 뚜렷한 신호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이어진 ‘저금리 파티’가 끝났다는 탄식이 나오는 가운데, 지난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높인 파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다.

곳곳이 지뢰밭일만큼 악재도 겹겹이 쌓여있다. 부동산 버블 폭탄과 코로나 창궐이라는 변수를 안고 있는 중국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침체 우려에 금값 7개월만에 최고

3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온스당 금값은 1846.1달러에 마감했다. 작년 6월 이후 최고치다. 월가 일각에서는 “올해 금값이 온스당 2100달러를 넘어 역대 최고치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값과 반대로 국제 유가는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연초부터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4.2% 하락한 배럴당 76.93달러에 마감했다. 작년 최고값(3월 8일 123.7달러)과 비교하면 38%나 낮은 가격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의 퇴조가 두드러졌다. 이날 애플은 3.74% 하락한 125.07달러로 거래를 마쳤고, 세계에서 유일한 시총 2조달러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잃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작년 1월 한때 3조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불과 1년 사이 3분의1이 사라졌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2.24% 하락한 108.1달러에 마감했는데, 300달러를 넘었던 작년 9월 이후 불과 4개월 사이에 주가가 3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다.

◇'차이나 리스크’가 세계 경제 위축시킬 위험 커져

금리 인상의 후폭풍과 함께 올해 세계 경제는 ‘차이나 리스크’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경고가 많다. 중국에서는 코로나 봉쇄령을 풀고 경제 활동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감염자가 급증해 사회적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연초 애플 주가가 하락한 것도 중국 아이폰을 제조하는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 가동률이 낮다는 지적이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 역시 지난달 말부터 상하이 공장에 코로나 감염자가 많아 가동이 중단된 여파다.

게다가 중국 경제의 30%를 떠받드는 부동산 시장에서 거품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말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중국 거대 부동산 개발기업 헝다는 작년말까지 내기로 했던 1조9700억 위안(약 357조원)에 달하는 채무조정안을 제출하지 않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세계 각지의 안보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것도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요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 올해도 세계 곡물 가격이 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중국의 대만 공격, 이란의 대규모 시위에 따른 소요 사태, 글로벌 사이버 공격과 같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바클레이스 “올해 경기 40년만에 최악일 것”

작년 세계 경제를 덮쳤던 고금리와 고물가의 충격이 올해 들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계속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제 막 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금융회사 이코노미스트들의 올해 경제 전망을 분석한 뒤 “낙관적인 전망은 찾기 어렵고 2022년의 충격을 견뎌낸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고통이 위협적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특히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올해 40년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경기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이 지난달 이코노미스트 3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월례 조사에서 올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은 70%로 치솟았다. 6월 조사에서 30%였던 것과 비교해 훨씬 비관적인 전망으로 기울었다. 작년말 로이터통신이 이코노미스트 84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60%가 올해 미국이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수십년만에 가장 큰 거시적 폭풍에 흔들리고 있다”며 “올해는 높은 변동성과 지속적인 물가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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