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XBB가 복통·설사 유발" 주가도 들썩…사실은?

이경원 기자 2023. 1.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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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 XBB 변이가 중국에서도 발견됐습니다. XBB 변이는 항체 치료제와 오미크론 백신에 강한 저항력을 갖춰 재감염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XBB 변이가 발견된 이후, 설사 완화 약, 즉, 지사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SNS에서 "XBB 변이가 복통과 설사를 일으킨다"는 소문과 함께 지사제를 사놓으라는 글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현지 온라인 약품 플랫폼에서는 지사제가 동나거나 가격이 급등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XBB 변이가 복통과 설사를 유독 강하게 유발하는 걸까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왜 중요한데?

지사제 사재기 현상은 아직 중국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제 증권시장에서는 지사제를 만드는 한 제약회사의 주가가 장중 한 때 22.99%나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결국 하락 마감하기는 했지만, 코로나와 관련된 여러 소문들은 주식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코로나와 관련된 여러 소문은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방증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도 지난달 XBB 감염자가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코로나 3년 동안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포에 꽤 면역이 된 것 같지만, 코로나 확산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만큼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코로나 XBB에 대한 소문들도 많습니다.

당장 오늘만 해도, SNS를 통해 XBB가 델타 변이보다 독성이 5배 강하다, 사망률도 높다, 검사해도 거짓으로 나올 때 많다, 폐렴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이 퍼졌습니다. 다시 코로나 팩트체크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SBS 사실은팀은 감염의학 전문가 5명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전문의, 오명돈 서울대병원 교수,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교수,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교수입니다.

먼저, XBB 변이가 복통과 설사를 유독 강하게 유발하느냐고 공통 질문을 던졌습니다. 5명의 전문가 모두 답은 같았습니다.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코로나를 비롯한 호흡기 바이러스는 사실 복통과 설사 증세를 동반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로나 확진 이후 설사 증세로 고생했다는 글들이 가끔 눈에 띕니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경우를 2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장염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XBB도 오미크론 계열 바이러스로 증상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었습니다. XBB만의 특별한 증세를 구분 짓기 어렵다는 겁니다.

경험적인 분석도 가능합니다. 최근,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는 XBB가 뉴욕에서 급격히 퍼지고 있으며, 감염 사례의 40%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 유행했다면 보편적인 증상에 대한 관찰이 진행됐을 텐데, 설사와 복통이 유독 심하다는 경험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사제 사재기 소식은 중국 매체인 '중국신문망' 기사에서 시작됐습니다. 사실은팀이 확인해 읽어보니까, 설사 증세 걱정할 필요 없다는 팩트체크 기사도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한 걸음 더

이뿐 아닙니다. 오늘 SNS에서 자주 떠돌았던 글이 또 있습니다. XBB가 델타 변이보다 독성이 5배 강하다, 사망률도 높다, 검사해도 거짓으로 나올 때 많다는 식의 내용입니다.
역시 전문가들에 물어봤습니다. 독성이 강하다느니, 사망률이 유독 높다니, 증상과 관련한 얘기들은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나하나 과학적 근거를 들어서 설명하기 어렵다, '소설'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다만, 전염력이 매우 높은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XBB가 증상이 심하고, 치명률이 높아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워낙 전파력이 높아서 면역자들에게 쓰는 항체 치료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고, 기존 백신이 잘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즉, 기존의 방역 정책의 전환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60세 이상 노인과 면역저하자에게 방역 정책을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코로나 3년, 백신과 자연 감염을 통해 사람도 강해졌고, 과장성 허위성 정보에 대한 면역도 커졌습니다. 사실은팀은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 시작됐을 당시 거의 매일 팩트체크를 했었는데, "김치가 코로나에 좋다", "소금물로 코로나를 소독할 수 있다"는 식의 지금 생각해보면 참 터무니없는 허위 정보들을 검증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변이를 일으키는 것처럼 허위 정보도 변이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코로나 허위 정보들이 터무니없는 모양새였다면, 지금은 구체적인 의학적 증상, 나름의 과학적 모양새를 갖추고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퍼진 XXB 증상과 관련한 지라시도 자세히 보면, 전문 용어도 여럿 섞여 있어서 마치 전문가가 쓴 것같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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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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