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김정은 ‘치킨게임’…한반도 ‘안전판’ 벼랑 끝으로

이제훈 2023. 1. 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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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다시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4일 발언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안전판으로 불리는 '남북 9·19 군사분야 합의'가 파기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북한의) 변화가 없고 계속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만 하면 우리도 합의를 계속 지키기가 어렵다"며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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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2018년 9월19일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그 뒤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평양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다시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4일 발언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안전판으로 불리는 ‘남북 9·19 군사분야 합의’가 파기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지난 1일 알려진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남조선 괴뢰들은 명백한 적” 발언과 같은 날 나온 윤 대통령의 “일전 불사 결기” 주문으로 한껏 올라간 긴장에 우발적 충돌 위험까지 더해졌다.

 2018년 남북이 맺은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육상·해상·공중 완충구역에서 적대 행위를 중단하는 것이 뼈대다. 접경 지역에서 우발적 무력충돌을 막자는 목적이다.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되면 남북 모두 충격 완화 장치가 사라지는 위험을 안게 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북한의) 변화가 없고 계속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고만 하면 우리도 합의를 계속 지키기가 어렵다”며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언급했다.

 다만, 북쪽이 남북 사이 군사적 충돌을 각오하지 않는 한, ‘영토 침범’은 쉽사리 일어날 일은 아니다. 윤 대통령도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말뜻대로라면, 북쪽의 9·19 군사합의 추가 위반만으론 ‘효력 정지 검토’의 조건이 충족되지는 않는다.

 남북관계에서 정부가 인식하는 영토 침범은 육지에선 군사분계선, 바다에선 북방한계선(NLL) 침범을 뜻한다. 지난해 10월14일 북쪽의 북방한계선 북방 동·서해 해상 완충구역 안 포사격은 9·19 군사합의 위반이지만 영토 침범은 아니다. 반면 지난해 12월26일 서울 북쪽 상공까지 날아든 북쪽의 ‘소형 무인기 사태’는 영토 침범이다. 지난해 11월2일 북한이 쏜 미사일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넘어 공해에 떨어졌을 때 윤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실질적 영토 침해 행위”라고 밝혔다.

 문제는 남과 북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서로를 적으로 몰아세우며 배신(합의 위반)에 보복으로 대응하는 ‘팃포탯’과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겁쟁이 게임’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압도적 대응을 해야만 북한의 도발 의지가 무력화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직접 나서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형국이다. 지난해 11월2일 북쪽이 쏜 미사일이 동해 북방한계선 이남 공해에 떨어져 울릉도 지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되자, 남쪽이 전투기를 띄워 공대지미사일 3발을 “상응 거리에 해상 정밀사격”한 상황이 대표적이다. 그날 남북 모두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검토라는 윤 대통령의 ‘경고’를 김 총비서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고 전문가들이 보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무력시위를 이어가는 북한이 “(북방한계선 등) ‘회색 지대’ 도발에 나설 위험이 높다”고 우려한다. 만약 윤 대통령이 설정한 금지선을 김 총비서가 건드리기로 결심한다면, 그 대상은 육지의 군사분계선 쪽보다는 바다의 북방한계선 쪽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군사분계선 침범은 국제법적 효력을 지닌 정전협정 위반이지만, 북방한계선은 유엔군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선이기 때문에 북방한계선 침범 자체로는 정전협정 위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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