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수출쇼크 빈자리 베트남이 채워…韓 무역 버팀목 역할
中 대체할 생산기지 부상
OLED·반도체 수출 급증
수교30년 무역흑자 80배 늘어
中은 무역흑자국 8위로 밀려
對인도 수출도 21% 늘어
"아세안으로 수출 다변화를"
베트남이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으로 떠오른 것은 수교 이후 정확히 30년 만이다. 양국 경제협력이 강화됨에 따라 교역량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과 미·중 패권 경쟁 심화 등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탈(脫)중국화' 현상이 가팔라진 점도 작용했다. 국내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가 증가하면서 양국 간 교역 품목도 첨단산업과 관련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변화하고 있다.
매일경제가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1~11월 누적 기준) 최대 대(對)베트남 수출 품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집계됐다. 수출 금액만 무려 110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그다음 △메모리반도체(66억달러) △컴퓨터 부품(프로세서와 컨트롤러·53억7000만달러) △경유(24억9000만달러) △기타 집적회로 반도체(17억9000만달러) △인쇄회로(14억3000만달러) △기타 무선통신기기 부품(12억6000만달러) 순으로 많았다. 대부분 첨단산업과 관련된 품목들이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2012년에는 컴퓨터 부품, 편직물, 기타 무선통신기기 부품, LCD 등이 베트남 수출 상위 품목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안병선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중간재 수출을 중심으로 베트남 무역흑자는 지난 30년간 80배 이상 확대됐다"며 "그중 고위 기술 중간재 무역흑자는 2010년 이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양국의 주요 교역 품목은 수교 초기 섬유 등 노동집약적 품목에서 최근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베트남 수교 당시 베트남 수출의 70% 수준을 차지한 중간재는 한국의 지속적인 현지 투자로 80%대(2021년 9월 기준)까지 확대됐다. 특히 2008년을 기점으로 고위 기술 중간재 비중이 급증했고, 중저위 기술 중간재 비중은 현저히 낮아졌다. 1992년과 비교해 비중 변화를 보면 저위 기술은 37.8%에서 6.9%, 중위 기술은 52.6%에서 26.4%, 고위 기술은 2.1%에서 51.0%로 변화했다.
미국과 인도로의 수출 품목도 지난 10년 새 크게 변했다. 2012년 대미 수출 상위 10개 품목에는 자동차 부품, 제트유, 기타 선박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자동차, 메모리반도체, 전기차 등이 상위 품목을 차지했다.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보다 21% 증가한 인도의 경우 최대 수출 품목은 메모리반도체였다. 자동차 부품과 스마트폰도 수출 상위 품목에 담겼다. 미국과 인도로의 수출 품목 대부분이 베트남과 같이 고부가가치 품목인 셈이다.
10년 전 최대 무역흑자국인 중국도 10년 새 주요 수출 품목이 달라졌다. 2012년에는 LCD와 메모리반도체, 자동차 부품, 제트유 등이 수출 상위 품목이었다면 지난해에는 수출 상위 10개 품목 중 메모리반도체를 빼면 고부가가치 품목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대신해 베트남으로의 고부가가치 품목 수출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2017~2018년부터 탈중국 현상이 구조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탈중국화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 기업들의 생산시설이 베트남 등으로 빠르게 옮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수출 강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출시장을 크게 '3대 주력 시장'과 '3대 전략 시장'으로 나눠 맞춤형 전략을 짠다는 계획이다. 3대 주력 시장으로는 미국·중국·아세안을 꼽았다. 이들은 한국 수출 중 5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보고 의존도를 낮추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 아세안 시장도 베트남뿐 아니라 인도네시아나 태국 등으로 다변화해나갈 계획이다. 3대 전략 시장에는 중동·중남미·유럽연합(EU)을 선정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최근 신년사를 통해 "아세안·중남미 수출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며 "수출 확대와 투자 활성화에 정부 역량을 총결집하겠다"고 밝혔다.
[송광섭 기자 /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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