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몸값·늘어난 적자 … 컬리 '이커머스 1호 상장' 꿈 접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기업 컬리가 4일 결국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다. 고금리 시대에 자금시장 경색 등 불확실한 증시 상황이 계속됐고,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결국 고배를 마셨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들의 전형인 '적자성장기업' 형태의 생존 모델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컬리는 2015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슬아 대표가 설립했다. 밤 11시 이전에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문 앞에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인 이른바 '샛별배송'으로 국내에서 새벽배송 대전을 주도해왔다.
컬리는 2021년 12월 25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유치하면서 최대 4조원의 몸값을 평가받았다. 당시 몸값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IPO 시장의 유례없는 호황 분위기로 상장 성공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이커머스 기업 최초로 상장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기도 했다.
컬리 측은 이번 상장 철회 결정에 대해 "시장 상황 때문에 회사나 투자자가 생각하는 적정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마당에 굳이 상장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투자자들도 상장 연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에 더해 컬리를 둘러싼 내외부 환경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컬리는 2021년까지 매출을 1조5614억원까지 키우고, 이커머스 기업 규모의 가늠자로 지목되는 거래액을 2조원까지 늘려오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거래액 증가율은 65%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 연평균 성장률보다 3배 높았고, 누적 가입 고객도 1000만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늘어나는 매출에도 적자 규모를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그 폭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컬리의 2021년 기준 영업손실은 2177억원으로, 2020년 1163억원, 2019년 1013억원 등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적자 폭이 늘어나는 것은 신선식품 새벽배송이라는 주력 사업 구조 자체에서 비롯한다. 신선식품은 폐기율이 높은 데다 비식품 대비 객단가도 낮다. 여기에 컬리가 자랑하는 신선도 유지를 위한 풀 콜드체인 방식은 포장, 물류, 보관 비용 부담이 크다. 실제로 컬리 매출의 90% 가까이가 원재료와 운송비, 포장비 등이 포함된 변동비로 빠져나간다.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분야가 바로 신선식품이라는 얘기다.
특히 최근에는 물류비 상승 여파와 함께 배송 인건비가 더 늘어나면서 새벽배송 시장성도 크게 악화됐다.
새벽배송 특성상 재고관리 비용이 많이 들고, 배송 인건비도 주간보다 2배는 더 든다. 경쟁사들은 비용 증가를 견디지 못하고 줄줄이 철수했다.
롯데온과 BGF그룹의 헬로네이처, GS리테일은 새벽배송에서 철수했고, SSG닷컴은 배송 권역을 전국에서 수도권으로 대폭 줄였다.
내외부적 고통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컬리는 새벽배송 가능 범위를 넓혀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송파·김포에서 가동 중인 물류센터에 더해 올해 상반기에 경남 창원과 경기 평택 물류센터를 완공한다. 컬리 측은 "창원·평택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큰 투자는 마무리되기 때문에 설비 투자비가 확 줄어든다"며 "매출은 성장세에 있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신선식품 외에 비신선식품 카테고리인 뷰티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카테고리 확장에도 공을 들였다. 지난해 11월 그룹 블랙핑크의 제니를 모델로 내세운 화장품 특화섹션 '뷰티컬리'를 출시했다. 헬스앤드뷰티(H&B) 입점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에르메스, 구찌 등 명품 브랜드 화장품과 설화수 등 국내 대표 고가 브랜드까지 1000여 개 브랜드가 입점했다. 뷰티컬리 론칭 후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도 2배가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객단가가 식품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카테고리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다만 뷰티 상품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고물가 등 경기 침체 시기에는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상품보다 가성비 높은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중시한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는 자본잠식 등 재무 상황에 대해 회사는 아직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컬리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보유 현금이 4000억원 수준"이라며 "회사 운영과 신사업 투자를 지속하는 데 충분한 현금이 있기 때문에 상장 연기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홍성용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꼭 그렇게 다 가져야 했냐”…‘탐욕화신’ 그랜저 HV, 가성비 사장차 [카슐랭] - 매일경제
- “하루새 불합격으로”…목동 자사고 합격자 60명 ‘날벼락’, 왜? - 매일경제
- “시세차익 5억”…로또분양 단지 매물로 나온다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윤희근 “참사 당일 음주했다…주말 저녁에는 할 수 있어” - 매일경제
- “김밥이 이 가격이라고?”…만원으로 냉면도 못 사먹네 - 매일경제
- “격하게 환영한다”…이 사람 오자 난리 난 중국, 누구길래 - 매일경제
- 월세 50만원 낸 직장인, 102만원 환급받으세요 - 매일경제
- 세계시총 톱10서 자취감춘 테슬라, 어디까지 떨어졌니? [박윤예의 글로벌주 열전] - 매일경제
- “축의금 10만원 내고 아내랑 밥먹었냐” 면박 준 선배…난 거지인가 - 매일경제
- 삼성 ‘황태자’는 어떻게 범죄 종합 세트로 전락했을까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