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안전자산 金 …'R의 공포' 타고 반년새 최고
금값 온스당 1900달러 육박
WTI는 4.2% 급락한 77달러
그린스펀 "경기후퇴 가능성
연준 방향전환 쉽지 않아"
경기 침체 공포에 '안전 자산' 금이 돌아왔다. 세계 경제 불안정성이 짙어지면서 국제 금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3일(현지시간) 거래된 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1%(19.90달러) 오른 1846.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지난해 봄 이후 부진하던 국제 금값은 11월 이후 반등세를 보이다 새해 첫 거래일에도 상승했다.
금값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 부진과 경기 침체 우려 증폭,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수세 때문이라고 CNBC는 전했다.
올레 한센 삭소은행 상품전략부문장은 CNBC에 "경기 침체와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리스크, 올해 안에 물가 상승률이 3% 미만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이와 연관돼 중앙은행 금리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 맞물려 올해는 금값에 친화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이 '탈달러' 전략에 따라 역대급으로 많은 금을 사들인 것도 금값을 부양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1967년 이후 55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을 매입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마리오스 하지키리아코스 XM 선임 투자분석가는 마켓워치에 "중국 인민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은 향후 금값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드리언 애시 불리언볼트 리서치국장은 마켓워치에 "광범위한 금융시장 전반에 퍼진 공포와 의구심으로 금이 새해에 상승 출발을 했다"며 "성장 둔화와 높은 물가, 지정학적 전망 악화로 투기적 자본이 (금 시장에) 유입됐다"고 전했다. AuAg ESG 골드마이닝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에릭 스트랜드는 "올해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온스당 2100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장기 강세장을 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에도 자금이 몰렸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14%포인트 낮은 3.74%를 기록했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1.13% 올랐다.
반면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에 따른 수요 둔화 염려는 국제 유가와 주식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4.2%(3.33달러) 떨어진 76.9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최저치다.
같은 날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03%포인트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40%, 0.76% 하락했다. 애플 주가가 급락하면서 시가총액 2조달러가 붕괴됐고, 테슬라 주가 폭락이 뉴욕 증시를 끌어내렸다. 그레그 바수크 AXS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경기 침체 환경이 새해에도 기술주에 추가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 주가는 이날 3.7% 떨어진 125.07달러에 거래를 끝내 시총이 1조9900억달러를 기록했다. 애플 시총이 2조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중국 공장 생산 차질에 따른 아이폰 판매 둔화 우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 등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점이 애플 시총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지난해 65%나 폭락했던 테슬라는 새해에도 맥을 못 췄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2.2% 내린 108.10달러에 장을 마쳤다.
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한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된 문답을 통해 연준의 통화 긴축으로 "현재는 경기 후퇴가 가장 가능성이 큰 결과로 보인다"고 밝혔다. 1987∼2006년 최장기 연준 의장을 지낸 그린스펀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연준이 통화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를 위해 여전히 임금 상승세가 진정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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