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금리 10% 시대 … 반대매매 내몰린 빚투개미
이자율 12% 넘을 가능성도
신용잔액 16조원대로 감소
위탁매매 미수금 올 20% 증가
반대매매 작년 9월이후 최고치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새해 들어 10%대로 오르면서 개인투자자가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하락장에서도 저점 매수를 노리며 빚투를 늘렸지만 올해는 이자 부담 증가에 이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연초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을 담보로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주는 대출 서비스다. 증권사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기업어음(CP) 금리를 기본금리로 삼고 가산금리를 더해 신용거래융자 금리를 책정한다. 작년까지 90일 이상 기준 신용거래융자 금리가 10%를 넘어선 곳은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3곳 정도였다.
이날 NH투자증권이 먼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0.4~0.5%포인트 인상했다. 1~7일 이자율(QV 고객 계좌)은 4.9%에서 5.4%로, 61일 이상 이자율은 9.5%에서 9.9%로 올렸다.
KB증권도 7일 이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5.3%에서 5.5%로, 8~15일 이자율은 8.6%에서 8.9%로 인상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오는 9일부터 15일 이내 이자율을 7.8%에서 8%로, 91일 이상 이자율은 9.5~9.8%에서 10%로 올릴 예정이다.
중소형 증권사도 금리 인상에 나섰다. 하이투자증권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11~30일은 8.5%에서 9.0%로, 31~60일은 9.0%에서 9.3%로, 61~90일은 9.3%에서 9.5%로 0.2~0.5%포인트 인상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16일부터 신용금리와 대출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신용금리는 30일 미만이 6.5%에서 7.5%로, 30일 이상이 8.0%에서 8.5%로 각각 오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어 일부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12%를 넘을 수도 있다"며 "상반기 증시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빚투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자 부담 상승에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줄어들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3일 16조3631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작년 11월 외국인 매수세에 따른 증시 반등으로 17조원을 돌파했지만 12월에는 증시가 부진을 나타내면서 26일 다시 16조원대로 떨어진 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금융당국이 증시 급락을 막기 위해 내놓은 안정화 대책이 종료된 것도 빚투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6월과 9월 두 차례 증시 급락으로 반대매매 우려가 커지자 증권사들에 대한 신용융자 담보 비율 유지 의무를 연말까지 면제했다. 반대매매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투자자의 주식가치가 담보 비율 아래로 내려갔을 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뜻한다. 담보 부족이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다음날까지 부족 금액을 채워 넣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2거래일 뒤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나선다. 올해 당국 대책이 종료됨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담보 비율을 130%에서 140%로 다시 높이거나 담보 부족분을 채워 넣는 기간을 1거래일 더 연장하는 조치를 없앴다.
반대매매로 국내 증시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금융투자업계는 염려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지난해 12월 29일 1.2%까지 하락했으나 지난 2일 11% 급등하더니 3일에도 13%나 증가했다.
위탁매매 미수금도 같은 기간 1766억원에서 2115억원으로 19.76% 늘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미수거래를 하고 결제일(만기)인 3거래일까지 갚지 못한 금액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금융투자의 매도 압력으로 수급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대매매 물량이 출회되면 증시가 단기간에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새해 첫주부터 반대매매 물량이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개인 거래 비중이 큰 코스피·코스닥 내 중소형주나 리오프닝 테마주는 단기적 주가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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