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동 빌라왕' 깡통전세로 32억 가로채

김혁준(kim.hyeokjun@mk.co.kr) 2023. 1. 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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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한푼 없이 283채 사들여
檢, 50대男·동업자 등 기소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로 임대보증금 31억원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4일 서울남부지검 전세사기 전담수사팀(부장검사 이응철)은 화곡동 일대에서 빌라 수백 채를 소유하면서 임차인의 보증금을 가로챈 임대사업자 강 모씨(55)를 구속 기소했다. 강씨와 공모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긴 공인중개사와 공인중개사의 동업자는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5년 9월 8일부터 2018년 12월 8일께까지 건축주 등으로부터 1채당 평균 500만~15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고 아무런 자본 없이 화곡동 빌라 283채를 매수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자는 18명으로, 피해액은 31억6800만원에 달한다.

앞서 서울강서경찰서는 피해자들에게 고소장을 접수해 사건을 수사한 뒤 2020년 8월 강씨 등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국토교통부와 관할구청의 부동산 보유 현황 및 거래 내역, 임대사업자등록 관련 자료, 재산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고 보완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빌라 실질 매매가에 리베이트를 합산한 가격으로 임대차보증금을 산정하고 '보증금 돌려막기' 수법을 이용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어도 막연하게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고 결국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로 파악됐다. 고소를 진행한 18명 외에도 피해자들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깡통주택'을 매수하거나 낙찰받아 주택 청약 자격을 잃었고 보증금 대출 연체로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검찰은 "청년과 서민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고 피땀 흘려 모은 자금을 잃게 만든 피고인들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추가 피해자 수사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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