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올리고 신한 내려…새해 대출금리 혼전
변동금리 주담대 상단 8% 돌파
하나·신한은 오히려 금리 내려
박리다매로 대출고객 유치전
시중銀, 예금금리 일제히 내려
예대금리차 이자장사 지적도
은행권 대출 금리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작년 말 금융당국이 대출 금리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천정부지로 치솟던 가계대출 금리가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해가 바뀌면서 변화가 생겼다. 대출 금리를 더 내리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올리는 은행이 등장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일 가산금리를 0.4%포인트 올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상단이 연 8%를 넘어섰다. 우리은행 '우리아파트론' 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7.31~8.11%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대인 곳은 5대 은행 중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통상 은행 창구에서 많이 적용하는 하단 금리도 '나 홀로' 연 7%대로 다른 은행들보다 최대 2.1%포인트 높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장기대출의 경우 자금 재조달 불확실성에 따른 비용이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가산금리 구성 요소에서 유동성 프리미엄이 커졌다는 뜻이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의 경우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는 내림세이지만, 취급액이 가장 많은 주담대 최고 금리가 7%대에 머물러 있다.
반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금리가 낮아진 데 이어 이달 1일부터 일부 상품 금리를 최대 0.50%포인트 낮췄다. 신한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도 지난해 12월 1일 연 6.63%에서 20일엔 연 6.41%, 이날은 연 6.26%로 한 달 새 0.37%포인트 내렸다. 작년에 연 6~7%대였던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금리 상단 역시 해가 바뀌자 각각 연 5~6% 후반대로 떨어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조달비용을 줄이고 상품 운용 효율화를 통해 가산금리를 꾸준히 낮춘 결과"라고 밝혔다. 이들 은행은 대출 금리 낮추기 기조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도 은행권의 대출 금리 혼전 양상에 영향을 미쳤다. 작년에 5대 은행 가계대출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1년간 16조5194억원 줄었다. 은행권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2003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는 7조7340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이 20조5809억원 줄었다. 주택 시장 침체로 거래량이 감소하고,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상환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대출을 받겠다는 사람보다 갚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가계대출 감소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리를 내려 일종의 '박리다매'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면 가계대출 점유율이 커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통상 주담대를 신청하면 부족한 자금 한도를 채우기 위해 신용대출을 함께 받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대출 금리보다 예금 금리를 내리는 속도가 더 빨라 예대 금리 차로 이자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한 달간 은행들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46~0.95%포인트 낮췄다. 단순 비교하면 대출 금리 하락폭(0.17~0.82%포인트)보다 크다.
대출 금리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오는 13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에선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반면 최근 은행채 수익률은 채권 시장 안정으로 하향하는 추세여서 금리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금 조달 조건이 급변하는 가운데 금융당국 압박과 은행들 간 '눈치 싸움'이 얽혀 대출 금리 추이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서정원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꼭 그렇게 다 가져야 했냐”…‘탐욕화신’ 그랜저 HV, 가성비 사장차 [카슐랭] - 매일경제
- “하루새 불합격으로”…목동 자사고 합격자 60명 ‘날벼락’, 왜? - 매일경제
- “시세차익 5억”…로또분양 단지 매물로 나온다 [매부리레터] - 매일경제
- 윤희근 “참사 당일 음주했다…주말 저녁에는 할 수 있어” - 매일경제
- “김밥이 이 가격이라고?”…만원으로 냉면도 못 사먹네 - 매일경제
- “격하게 환영한다”…이 사람 오자 난리 난 중국, 누구길래 - 매일경제
- 역발상 투자의 힘 … 튀르키예 ETF 106% 올라 - 매일경제
- 월세 50만원 낸 직장인, 102만원 환급받으세요 - 매일경제
- BBQ '新인재경영' 시동 … 대졸 초봉 1100만원 올린다 - 매일경제
- 삼성 ‘황태자’는 어떻게 범죄 종합 세트로 전락했을까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