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조금이 반도체공장 위치 바꾼다
일본·미국·EU에 공장 건설
각국 파격 보조금 제시하자
대만 떠나 글로벌 생산체제로
인텔·삼성전자도 美에 투자
韓, 稅공제 올렸지만 아직 미흡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글로벌 반도체 지형이 바뀌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이 강력한 지원금과 세제 인센티브를 동시에 제시하자 반도체 업체들이 이들 지역에서 생산기지 투자에 나선 것이다. 기술 유출을 우려해 자국에 핵심 공장을 둔 업계의 전통적 생산 방식을 보조금이 송두리째 뒤흔드는 모습이다.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 EU, 중국, 대만, 일본 등 전 세계 국가들은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나섰다.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자국 주도의 반도체 생태계를 짜기 위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8월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25% 세액공제를 해주고, 반도체 시설 건립 등에 5년간 520억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에 미국을 선택하는 반도체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대만 TSMC는 지난해 말 기존 투자 계획보다 3배 늘린 총 400억달러(약 50조8360억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미국 인텔은 오하이오주와 애리조나주에 각각 200억달러(약 25조418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삼성전자 역시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1조6050억원)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텍사스주의 경우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력·용수시설을 모두 주정부가 제공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을 겪으며 반도체의 중요성에 눈을 뜬 EU도 반도체 공장 유치에 적극적이다. EU는 지난해 말 430억유로(약 57조7750억원)가 투입되는 '유럽반도체법(ECA)'에 합의했다. 기업 투자금액의 20~40%를 지원해주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EU는 이 같은 정책을 기반으로 첨단 반도체 점유율을 기존 9%에서 20% 수준으로 두 배 이상 높일 계획이다.
이에 인텔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약 22조8430억원)를 들여 반도체 허브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TSMC도 독일 드레스덴에 유럽 첫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강국' 재건을 노리는 일본도 파격적인 지원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1조3000억엔(약 12조6630억원)의 반도체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일본은 6170억엔(약 6조100억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 제도를 도입해 TSMC를 일본으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운 중국은 각종 세제·보조금 혜택을 지원한다. 중국은 2025년까지 1조위안(약 184조6100억원)을 지원해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도체 생산 공정별로 법인세를 최대 10년간 면제해주고, 메모리·파운드리 기업의 장비와 원자재 수입관세를 면제해주는 등 다양한 혜택도 있다.
한국도 반도체 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지금보다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반도체 설비 투자를 하는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행 6%에서 8%로 올렸다가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지난 3일 확대한 바 있다. 대기업에 대한 반도체 세액공제율을 현행 8%에서 15%로 2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한국 반도체업계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올해 최대 7조9000억원, 1조8000억원의 세액 감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제 전문조사기관 나라살림연구소는 4일 낸 보고서에서 정부의 조특법 재개정안이 발효되면 올해 삼성전자는 4조7251억~7조8753억원, SK하이닉스는 1조809억~1조8014억원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새하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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