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우왕좌왕 반도체 정책
정부 정책이 깃털만큼 가볍다. 국회는 지난달 23일 반도체 설비투자 관련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안이 야당이 제안한 10%에도 미치지 못해 업계의 불만이 컸다. 업계는 "다른 나라는 보조금까지 주는 판에 다른 나라만큼만 세액공제 혜택을 달라는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더 이상의 혜택을 줄 수 없다고 맞섰다. 그랬던 기재부가 입장을 뒤집은 건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대통령 주재 임시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해서다. 지난 3일 기재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세액공제율을 각각 15%, 25%로 올리는 안을 발표했다.
정부 정책의 핵심은 '큰 그림'과 '일관성'이다. 산업을 관통하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도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덕스러운 정책은 기업의 투자 결정 때도 혼선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외국 기업은 물론 자국 기업 또한 등을 돌릴 수 있는 것이다.
줏대 없는 정책 뒤집기는 정부가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큰 그림이 없다는 방증으로도 보인다. 늦게라도 세액공제율을 확대한 건 환영할 만하지만 이 같은 정책 뒤집기가 우려되는 이유다. 지금은 '반도체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가 반도체 산업을 키우는 데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모든 전자제품, 자동차 등에 반도체가 들어가는 만큼 국가 산업의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조차 미국 텍사스에 약 21조6050억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보조금에다가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반도체 기업들이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안일하게 대처하다가는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정부가 진심으로 느껴야 한다. 대통령 한마디에 후다닥 정책을 수정하기보단, 산업통상자원부와 기재부 등 관계부처가 머리를 맞대 반도체 산업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이새하 산업부 ha1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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