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신간 "윤석열 죽이려는 '퇴마 정치·저널리즘' 극성 부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신간 '퇴마 정치'
우리편 신격화 반대편 악마화 정파성 비판
민주당 "악마화한적 없어" "스스로 돌아봐야"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강준만(66)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지난해 12월29일 펴낸 책 '퇴마 정치'는 “'윤석열 악마화'라는 마약에 중독된 민주당”을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렸다.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위선을 고발해온 강 교수는 이번 신간에서도 독설을 쏟았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전투적 팬덤 정치'가 악마에 대한 믿음을 동력 삼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문재인의 적폐 청산은 적폐 대상을 악마화한 퇴마 의식에 가까웠다”며 “성공을 거두는 듯 보였지만 '조국 사태' 시 수석 퇴마사였던 윤석열이 '퇴마의 공정'을 외치고 나서자 온 나라가 정치적 내전 상태로 빠져들고 말았다. 문재인 정권에 의해 악마로 규정된 윤석열을 내쫓거나 죽이려는 '퇴마 정치'와 '퇴마 저널리즘'이 극성을 부렸다”고 비판했다.
이를 테면 한 대학교수는 “윤석열은 악마”, “국민의힘은 박멸해야 할 박테리아”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문재인 정권 고위 인사들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라거나 “민주주의를 악마한테 던져주는” 등 '악마 타령'으로 윤석열을 공격했다. 반면 이들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인간이 만든 인간 최고의 악마 조직과 용맹히 싸우다가 만신창이가 되어 우리 곁으로 살아서 돌아”온 인물로 추앙됐다.
강 교수는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문재인 정권 인사들은 자신들이 새로운 퇴마의 제물이 될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윤석열 탄핵'까지 거론하는 '퇴마 정치'에 목숨을 걸었다”고 짚은 뒤 “윤석열 역시 오판의 덫에 갇히고 말았다. 자신이 누렸던 지지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권 교체와 함께 소멸됐다고 봐야 했건만, 그는 오만했고 둔감했다”고 비판했다. 온갖 실수로 정치적 자해를 일삼고 있는 윤석열은 악마가 아닌 바보에 가깝다는 것.
강 교수가 우려하는 건 우리 편은 신격화하고 반대편은 악마화하는 부족주의적 정파성과 원리주의적 탈레반 기질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 사람들은 여전히 윤석열과 그 일당이 얼마나 사악하고 무능한지를 폭로하는 일에 집착했지만, 자신들의 부족주의적 정파성과 원리주의적 탈레반 기질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더 많았다는 사실은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 신간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 평가는 엇갈린다.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인 한병도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야당은 비판과 견제를 위해 비판한 것이지 (윤석열 대통령을) 악마화한 적 없다”며 “우리는 대통령실이 협치 의지를 보여준다면 협치할 생각이 있다. 협치할 의지가 있다는 건 (상대를) 악마로 보지 않는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강준만 교수 지적과 관련해 우리가 따끔하게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국정 운영에서 잘못하는 게 있어도 (우리는) 국회 제1당으로서 책무가 있는 만큼 솔선수범해야 한다. 저쪽이 정의롭지 못하고 부당하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정의롭지 못하고 부당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상대를 악마화하거나 상대 잘못으로 반사 이득을 얻겠다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2000년대 안티조선운동을 의제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조중동 프레임'이라는 표현에 비판적이다. 그는 책에서 “자신들의 문제를 지적하면 (민주당과 지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놓는 모범답안이 바로 '조중동 프레임'이란 말이다. 그 한마디면 끝”이라며 “조중동 주장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 진보와 개혁의 본질이라도 되는 양 여기는 '조중동 숭배증'에 빠져 있다”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누가 더 조중동을 악마화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진보성을 더 찬란하게 과시할 수 있다고 믿으며, 실제로 그런 믿음이 통하는 민주당의 풍토는 정치를 '강성 팬덤 동원의 기술'로 전락시킨다”며 “강성 지지자들 위주로 단기적인 승리를 누리려는 의원들이 득세하는 정당은 멸망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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