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요소 삭제로 ‘5·18′ 빠져… 논란 일자 교육부 “교과서에 넣겠다”

세종=손덕호 기자 2023. 1. 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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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교육과정서 개별적·구체적 사건 서술 최소화
5·18 뿐만 아니라 4·3, 5·16도 모두 빠져
제주도교육청, 작년 11월 “4·3 넣어달라” 요청
광주시교육청·지역 단체, 아무 요청 안 해

교육부가 발표한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용어가 빠져 논란이 되고 있다. 5·18 관련 단체들은 교육부를 규탄했다. 교육부는 교과서 집필과 수업에서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교육과정 성취기준 중 ‘학습요소’가 삭제되면서 5·18민주화운동 뿐만 아니라. 4·3사건과 5·16군사정변 용어도 빠졌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에 5·18 민주화운동 등 주요 사건이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4일 ‘윤석열 정부가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삭제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오자 설명자료를 내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교사들의 교육과정 재구성 자율권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정 대강화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교육과정 대강화는 교과서 집필, 교실 수업 자율성 확대를 위해 국가교육과정에서 서술 항목과 내용을 간소화하는 것이다. 2007 개정 교육과정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교육과정 대강화 방향에 따라 모든 교과서 문서 체계에서 현행 교육과정 성취기준 하단에 제시돼 있는 ‘학습 요소’ 항목이 삭제됐다. ‘학습 요소’ 항목을 삭제하는 등의 2022 개정 교육과정 문서체계 개선안은 2021년 11월 발표됐고, 정책연구진에 전달했다.

현재 교육과정의 문서체계는 ‘성취기준’ 내 하위 항목에 ‘학습 요소’, ‘성취기준 해설’,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사항’, ‘평가 방법 및 유의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2022 개정 교육과정에는 ‘성취기준’ 하위 항목에 ‘성취기준 해설’,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만 담기게 됐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개정돼 고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중·고교 사회, 역사, 통합사회, 한국사, 동아시아사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 운동’ 단어가 등장하게 됐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교과서 집필과 교실 수업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학습 요소' 항목이 삭제되면서 5·18 민주화운동 용어가 빠졌다. /교육부 제공

2021년 12월 구성돼 역사과 교육과정을 개발한 정책연구진은 교육과정 문서체계 개선안에 따라 3·1운동, 8·15 광복, 4·19 혁명 등 주요 역사적 사건 일부만 제한적으로 수록했다. 연구진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2년 3월 교육부에 중간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이 보고서에서부터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의도적 누락이 아닌 교육과정 문서체계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장홍재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7월 말경에 정책연구진 시안이 공개됐는데 (그때) 5·18 등 학습 요소가 서술돼 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작 단계에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교수학습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과 관련해 대강화가 결정됐다”며 “5·18 같은 경우도 4·3처럼 학습 요소가 제외되며 빠졌고 5·16 (군사정변), 7·4(남북) 공동선언 용어도 다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4·3사건도 이번 교육과정에 빠져 있어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9일 2022 개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을 행정예고했고, 제주 지역 단체들은 4·3이 빠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제주4·3 유족회는 지난해 11월 교육부를 상대로 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교육부는 당시에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부터 교육 현장 자율성 강화를 위해 모든 교과에서 ‘학습 요소’가 삭제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5·18 민주화운동이 개정 교육과정에 빠졌다는 사실은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나 새해가 된 다음에야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5·18기념재단과 공법단체 오월3단체(부상자회·유족회·공로자회) 회원들이 4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5·18민주화운동'을 삭제한 개혁 교육과정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교육과정에 5·18민주화운동을 복원할 것과 재발 방안을 제시할 것, 헌법전문 수록 약속을 조속히 이행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를 하면서 17개 시·도 교육청에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광주시교육청은 내용을 검토했지만, 5·18 민주화운동이 누락된 데 대해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교육과정에 4·3사건을 명시해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 “지난해 8월 말부터 진행한 국민참여 소통채널 대국민 공개 공청회, 행정예고 등을 통해 폭넓게 의견수렴을 거쳤다”며 “이 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별도의 문제 제기는 없었다”고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을 학생들이 배울 수 있도록 ‘교과용도서 편찬 준거’에 ‘5·18 민주화 운동’과 함께 주요 역사적 사건을 반영해 교과서에 기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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