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가 아니라 '달리기'를 팝니다
대기업 패션팀서 일할때
'버핏 운동화' 브룩스 수입
퇴사 후 직접 계약 따내
전문 코치진 고용해서
달리기 방법까지 알려줘
국내 패션 대기업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퇴사 후 단독으로 연 수조 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리는 미국 브랜드의 국내 공급계약을 따냈다. 러닝 전문 브랜드 '브룩스(BROOKS)'와 함께 달리기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송주백 런컬렉션 대표(사진)다.
브룩스는 지난해까지 삼성물산이 국내 소비자에게 공급해온 러닝 신발·운동복 브랜드다. 2006년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에 인수돼 '워럿 버핏 운동화'로도 불렸던 브룩스는 60여 개국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장이었던 송 대표는 삼성물산이 브룩스와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지난해 직접 판매 업체 런컬렉션을 세우고 브룩스의 국내 유통 파트너가 됐다.
임원 승진을 바라보던 송 대표가 회사를 나온 것은 브룩스를 국내 시장에서 성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였다. 송 대표는 삼성물산이 브룩스와 유통계약을 맺고 2018년 국내 시장에 제품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전략기획과 상품기획을 총괄한 브룩스 팀장이었다.
런컬렉션의 직원 3명 역시 송 대표와 같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룩스팀 출신이다. 송 대표와 브룩스의 성공을 믿고 회사를 나와 합류한 것이다. 이들은 브룩스팀 시절 단일 브랜드로는 드물게 브룩스의 국내 매출을 수년 만에 100억원대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송 대표가 강조하는 성공의 열쇠는 브랜드에 대한 진정성이다. 이미 해외에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검증받은 만큼, 소비자에게 브룩스를 인식시키기만 하면 국내 시장도 충분히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송 대표는 "꾸준히 사랑받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중의 마음속에 브랜드가 자리 잡을 수 있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브룩스는 독특한 브랜드 정체성을 내세워 해외 시장에서 거대 스포츠 브랜드들과 공존하고 있다. 브룩스의 모토는 'RUN HAPPY'다. 일반인이 러닝 문화를 즐길 수 있게 우수한 장비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나이키의 'JUST DO IT'이나 아디다스의 'IMPOSSIBLE IS NOTHING'이 자기 극복, 기록 향상 등을 강조하는 것과 방향이 다르다. 브룩스는 광고 모델도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러너를 기용한다. 과거 삼성물산이 전문 모델을 섭외해 화보를 찍자 본사에서 퇴짜를 놓았을 정도다.
송 대표가 중점을 두는 브랜드 전파 전략은 러닝 크루(달리기 모임) 프로그램 운영과 유튜브 채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비전통적 방식이다. 송 대표는 전문 코치진과 함께 일반인에게 러닝 방법을 가르치는 '브룩스 런업'을 직접 운영 중이다. 유튜브 채널 '런업TV'에서는 일반인 러닝 크루와 주요 러닝 대회, 러닝 장비 등을 소개하고 있다. 대표가 직접 몸으로 뛰며 브룩스의 모토인 'RUN HAPPY'를 전파하는 것이다.
송 대표가 백화점 입점 등 전통적인 판촉 전략에 힘을 쏟지 않는 것은 삼성물산이 지난 5년간 이미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 신세계백화점 진출 등 막대한 자금을 쓰며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투자로 쌓인 브랜드 자산을 발판 삼아 최대한 효율적으로 브룩스를 전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송 대표는 "성공한다는 확신이 없으면 23년간 다닌 회사를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패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으로 브룩스를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사진/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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