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유탄 맞은 ‘과학방역’…도주·먹통에 실내마스크도 혼선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 강화를 천명한 방역당국이 연일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중국 입국자 관리를 본격화 하자마자 시스템 먹통으로 구멍이 뚫린데다 확진자가 도주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다. 설 연휴를 기점으로 한 실내 마스크 해제 논의도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방역 혼선은 더 커지게 됐다.
4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입국자 중 90일 미만 단기체류자에 대한 PCR(유전자증폭) 검사 결과 이틀 간 136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체 검사 대상 590명 중 22.7%가 이미 감염된 채 입국한 셈이다.
중국 내 심상찮은 상황이 수치로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연초부터 검역을 강화한 것은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빗장은 걸었지만 방문은 열어놨다는 비판도 동시에 터져나왔다. 공항에서 걸러진 단기체류자 외 장기체류자와 내국인에 대한 관리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다.
당국은 중국에서 입국한 장기체류 내·외국인은 '입국 1일 이내' 거주지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은 뒤 자택 대기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3일 오전부터 각 지자체에 해당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국발 입국자 명단 공유 시스템이 삐걱거리면서 PCR 검사 여부와 관리, 추적 등이 불가능하게 됐다. 시스템은 3일 오후 6시30분에야 복구됐지만 온종일 방역 허점이 노출됐고 정상적인 행정 업무가 불가능해 이날까지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은 "승객정보사전분석시스템(APIS)에서 연계받은 정보를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Q-CODE·큐코드)에 이관하던 중 일부 입국자 정보가 일시적으로 누락돼 지자체에서 확인이 어려운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먹통으로 혼선을 빚은 방역당국은 확진자 도주극이 발생하며 또 진땀을 뺐다. 보건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7분께 인천시 중구 영종도 한 호텔 인근에서 40대 중국인 A씨가 격리를 거부하고 도주했다.
A씨는 중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A씨는 당국이 마련한 임시 생활 시설인 해당 호텔에서 7일 간 격리될 예정이었지만, 호텔 내 배치돼 있던 방역 요원들의 감시를 뚫고 달아났다. A씨는 이날 새벽 인천 중구 운서동 한 대형마트까지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의 행적을 추적 중이며 지자체 고발이 접수되면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160명 수용 가능한 단기체류 외국인 감염자 격리 시설 부족과 홍콩·마카오를 통한 우회 입국 우려도 고개를 든다. 당국은 중국과 달리 홍콩과 마카오 입국자에 대해서는 입국 전 음성 증명서만 요구하고 있다.
실내 마스크 논의도 난제다. 정부는 4개 주요 지표 가운데 2개 이상을 충족하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논의를 거쳐 마스크 착용 완화 논의에 착수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코로나19 확진 규모나 의료대응 역량은 안정적인 수치다. 그러나 위중증 환자가 늘고 60대 이상·감염 취약시설 백신 접종률은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 중국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마스크 논의가 공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방역당국의 일원화 된 메시지가 아닌 당정을 중심으로 실내 마스크 관련 발언이 계속 나오는 것도 혼선을 더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오전 설 민생 관련 당정 협의회에서 설 연휴 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시사하는 듯한 말을 꺼냈다가 이를 철회했다. 성 의장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코로나 이후 가족들이 모이는, 마스크를 벗은 첫 번째 명절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설 전 실내 마스크 착용 완화에 방점을 찍은 발언이었다.
그러나 방역당국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인 가운데 여당에서 먼저 이같은 언급이 나왔고 해석이 분분하자 성 의장은 "실외에서는 이미 벗고 다니고 있고 실내에서도 가족들끼리 밥 먹을 때는 벗을 것이란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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