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에 휘청이는 건설사…'소형원전·UAM 성과내자'

이하은 2023. 1. 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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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건설사 CEO 신년사
SMR·UAM 등 신사업 성과 가시화 강조
시장 침체·PF 마비 등에 '경영 안정' 방점

건설사 CEO들이 새해를 맞아 '신사업 성과'를 강조했다. 그간 발굴·투자해온 사업들에서 본격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친환경 사업과 소형원전 등 주로 해외사업 확대를 강조했다.

건설사들의 주 수입원인 국내 주택사업에 대한 언급은 드물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미분양, 미입주 가능성이 커지며 수익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마비로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자는 다짐도 곳곳에서 나왔다.

(왼쪽부터)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사진=각사,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삼성물산·현대건설은 소형원전, 롯데 UAM!

국내 주요 건설사 CEO들은 올해를 신사업 성과 가시화의 해로 꼽았다. 그간 사업 발굴과 투자에 힘썼다면, 이젠 눈에 띄는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소형모듈원전(SMR)과 도심항공교통(UAM) 등이 대형 건설사들이 수년째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은 임직원 대상 신년사에서 "지난 2년간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고 신상품과 사업 고도화 등 다방면으로 성장을 모색했다"며 "이제는 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SMR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알려진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지난 2년간 7000만 달러(한화 약 891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다. 작년 10월 국내 건설사 최초로 SMR 상세설계에 참여한 현대건설 역시 SMR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는 "지난 1년 실적 중 가장 주목할 것은 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 및 해외 신시장 개척 스토리"라며 "이미 확보한 SMR 최초 호기 모델은 글로벌 선진사와의 협업을 통해 상세설계에 이어 실제 배치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이동 수단으로 기대되는 UAM도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정부와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는 "올해는 미래 성장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바이오, 수소, 모빌리티, UAM 등 그룹 신성장 사업과 연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주춤했던 해외 수주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2010년 연간 700억달러에 육박했던 해외 수주 규모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작년 309억달러로 급감했다.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은 "핵심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추진해 오던 프리패브 등 주요 사업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여건이 만만치 않지만 핵심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 확대해 나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익훈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사진=각사,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시장 침체에 '경영 안정성' 강조

건설사들이 신사업 성과를 강조하는 건 국내 주택시장 침체의 영향이다. 수년간 지속됐던 '주택 호황'이 꺼지면서 하나둘 포트폴리오 개선에 나섰다. 전체 매출 중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큰 GS건설, 대우건설 등은 작년에 이미 실적에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관련 기사: GS건설 양날의 검 된 '자이'…자잿값 상승에 영업이익 뚝(2022년 10월27일)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여러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퍼펙트스톰의 위기가 올 것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며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건설원가 역시 고공행진 중이고 주택경기마저 냉각되며 건설산업에 암운이 드리워졌다"고 내다봤다.

올해는 미분양, 미입주 우려도 크다. 당장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분양을 마치더라도 고금리, 시장 침체 등으로 청약 당첨자들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수익으로 계산했던 분양물량들이 부채로 전환되는 셈이다.

임병용 부회장은 "갈수록 불안감을 더해가는 대내외 경영환경 속에서 위험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미분양 및 입주 리스크 최소화, 전 현장 실행손익관리를 통해 유동성 확보 및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주택사업은 PF 시장 경색으로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등 단기 대출을 상환하지 못해 건설사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사업을 축소하고,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은 "레고랜드 PF 채무불이행 선언으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 리스크는 우리 회사 주요 사업에 광범위하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유동성 관리 소홀은 과도한 금융비용 발생과 부채비율 상승을 유발해 경영 안정성을 해치고, 최악의 경우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내 사업은 '안정성'에 방점을 둘 전망이다. 선별 수주를 강화하고, 기존 사업장의 수익성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시장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분양을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곳도 많다. ▷관련 기사: [둔촌주공 후폭풍]③건설업계 새 분양 전략…'일단 미루자'(2022년 12월14일)

최익훈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회사의 안정성을 유지하며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영업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우발채무를 총액으로 관리하고, 각 부문 사업성 검토와 수주를 추진하고, 탄력적으로 공급 시기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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