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휠체어·無탄소 비행선···‘로봇셰프’가 디저트 만들기도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2023. 1. 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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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끈 해외 스타트업 혁신기술
무거운 물체 하중 줄이는 입는 로봇
장애물 피해 자율주행하는 휠체어
탄소 없이 60톤 옮기는 비행선까지
진화된 모빌리티·로보틱스 돋보여
3일(현지 시간) 시저스팰리스호텔에 위치한 한 베이커리 앞에서 디저트를 직접 제조하는 로봇이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정혜진 특파원
[서울경제]

한 해의 기술 트렌드를 미리 살필 수 있는 북미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보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확인할 수 있는 스타트업들의 기술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메타버스 일색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차별화된 로보틱스·모빌리티 분야의 기술이 돋보였다.

3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컨벤션센터 쇼어라인 전시홀에서 열린 ‘언베일드 라스베이거스(Unveiled LasVegas)’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움직이는 휠체어가 눈길을 끌었다. 일본 스타트업 휠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휠체어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탑승자가 별도로 움직일 필요 없이 휠체어가 자율주행 방식으로 목적지로 데려다준다. 기자가 휠체어에 탑승하자 주변 인파를 피해 가며 직원이 미리 설정한 목적지로 휠체어가 서서히 움직였다. 노약자와 장애인 등으로까지 자율주행 모빌리티 이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아이디어다. 저스틴 개논 윌세일즈 부사장은 “6년간 개발한 자율주행 휠체어로 공항과 병원 등에서 관심이 높다”며 “일본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도입한 뒤 한 달에 1만여 건의 운행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항에서 휠체어를 직원이 민다고 가정했을 때 한 번 운행당 약 7.9달러가 들지만 이 같은 비용이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3일(현지 시간) 휠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휠체어를 기자가 체험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정혜진 특파원

프랑스 업체 플라잉웨일은 개발 중인 비행선을 소개했다. 지난해 5월 시리즈C로 1억 2200만 유로(약 164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화제를 모은 스타트업이다. 2년 안에 비행선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안토니오 포이즈 플라잉웨일 비즈니스 개발자는 “가장 큰 장점은 탄소 배출 없이 헬리콥터와 비행기를 결합한 비행체로 최대 60톤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특히 착륙할 필요 없이 공중에서 물건을 하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 미 전역을 휩쓴 물류대란의 경우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 항구에 선박들이 꽉 들어차 특정 선박에 접근해 화물을 상하차하는 게 어려웠는데 플라잉웨일의 비행선을 이용하면 특정 컨테이너를 항구에 접안하지 않고도 상하차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플라잉웨일은 아시아 기지로 한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저먼바이오닉시스템즈가 선보인 입는 형태의 외골격 로봇 ‘크레이엑스(CrayX)’. /라스베이거스=정혜진 특파원

물류·택배 등 산업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물건을 들 때 신체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입는 로봇’도 눈길을 끌었다. 독일 업체 저먼바이오닉시스템즈가 선보인 입는 형태의 외골격 로봇 ‘크레이엑스(CrayX)’는 무거운 물체를 들 때 인간이 등과 허리에 받는 하중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크레이엑스를 입은 채 바닥에 있는 물체를 들면 장착된 모터가 자동으로 몸을 일으키며 신체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한다. 사람이 최대 30㎏의 물체를 들 때 몸을 지지해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해 동안 메타버스 기술도 정교화됐다. 지난해 CES 2022에 참석해 혁신상을 수상한 일본 기업 시프트얼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트래커는 인체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트래커를 전면 무선 형태로 바꾸고 센서로 확인할 수 있는 부위를 11곳으로 늘렸다. 시프트얼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배터리 수명과 센서의 정밀도를 크게 높인 게 특징”이라며 “메타버스 환경에서 인체의 움직임을 최대한 정교하게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계속해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CES 전시회장 밖에서도 스타트업이 개발한 신기술 시연이 펼쳐졌다. 이날 시저스팰리스호텔에 위치한 한 베이커리 앞에는 특선 디저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긴 줄을 이뤘다. 이들이 기다리는 잔 형태의 초콜릿 칩 쿠키 안을 바닐라 밀크로 채운 쿠키 샷이라는 메뉴는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제조했다. 스타트업 ‘로보셰프(RoboChef)’의 작품이다. 이날 로보틱스 전문가인 아라빈드 두라이 로보셰프 창업자는 “베이커리는 문을 닫아도 로봇은 주 7일 24시간 일하며 고객들에게 디저트를 만들어줄 수 있다”며 “레스토랑에서의 로봇 도입으로 안전하고 편리하며 맞춤화된 레스토랑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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