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화·이집트벽화에 영감 … 상상속 존재 표현했죠"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3. 1. 4. 1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현대대구 문화예술광장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
모든 조각이 門형태와 기능
자유롭게 넘나들수 있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
다른 세계로 가는 느낌으로
독특한 조각 정원 제작해
더현대 대구 '게이츠 가든' 전경. 【사진 제공=현대백화점】

1년에 걸친 재개장 공사를 마치고 지난달 16일 다시 문을 연 더현대 대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최상층인 9층에 오르자 거대한 조각상들이 사람들을 반겼다. 정원 길목마다 서 있는 조각상을 지나갈 때마다 마치 거인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독특한 모양의 캐릭터들은 제 상상속에 존재하던 것들을 표현한 거예요. 이 정원을 거니는 사람들이 저처럼 환상적이고 자유로운 상상을 하길 바라면서 만들었어요. 모든 조각이 문의 형태와 기능을 갖고 있어서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죠. 그래서 이 공간의 이름도 '게이츠 가든(Gates Garden)'입니다."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49)은 자신의 상상을 복합문화예술광장 '더 포럼'에 가득 메웠다. 이집트 벽화나 그리스·로마 신화 같은 고대 문명에서 받은 영감을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되살린 독특한 곳이다. 야외 정원을 지나 콜로세움과 상점, 카페와 온실을 돌아보니 이곳이 백화점이 아닌 설치 작품을 전시해놓은 갤러리인 듯했다. "한 공간을 지나서 다른 공간으로 갈 때 마치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들고 싶었어요. 멈춰 있을 때도 어느 공간에서 있느냐에 따라 눈에는 모두 다른 풍경이 들어오죠. 같은 장소지만 올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에요. 여기에 오는 사람들에게 매번 새로운 느낌을 전하고 싶었어요."

스페인 출신 아욘은 1997년 패션 브랜드 베네통이 젊은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파브리카(Fabrica)'에 연구원으로 들어가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튜디오를 열고 독립해 독특한 디자인의 생활용품을 선보이면서 주목받았다. 한국에서 덴마크 가구 회사 프리츠한센의 디자이너로 유명해졌다.

"제 스타일은 무국적입니다. 가끔 제 작업에서 스페인적인 느낌이 든다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어떤 특정한 국가를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는 않습니다. 저의 출신 때문에 작품이 스페인적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저는 작업을 하러 가는 모든 곳에서 다양한 요소를 배우고 있거든요. 오히려 한국에서 활동하며 느낀 점들이 이번 작품에 반영돼서 찾아오시는 분들이 한국적인 요소가 반영됐다고 받아들여준다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모던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존중합니다."

아욘이 한국과 직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2019년부터다. 서울에서 가구와 회화, 조각, 스케치 등 상품과 예술작품을 함께 선보인 개인전을 개최했고,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모카가든'의 공간 디자이너로 처음 한국에서 작업했다. 이후 더현대 서울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2030 VIP 전용 라운지 'YP하우스' 디자인을 맡았고, 이번에 더현대 대구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아욘의 작업은 더현대 대구의 핵심 콘텐츠를 문화와 예술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욘의 작업물이 배치된 공간의 면적은 4565㎡로 전체 영업면적(5만6100㎡)의 약 10분의 1에 달한다.

"기업과 협업한다는 것은 예술가 입장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세심하게 진행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상업화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공간을 찾는 사람들 눈에 작가의 작업물이 보일 수 있게 해야 하거든요.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여기에 온 사람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스스로 달라졌다고 느끼도록 만들고 싶거든요.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은 그런 기분요."

최근 자신의 활동 기반인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자신의 회화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아욘은 앞으로도 디자인과 미술을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림을 그리고 조각도 만들면서 기술자로도 일을 했지만 사람들이 그걸 구분하지 않잖아요. 디자인을 하고 조각도 만들고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저는 '르네상스 보이'라고 불리고 싶어요."

[대구/박대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