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대선구제 제안 배경 놓고 정치권은 ‘갑론을박’

박태진 2023. 1. 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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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 언급…대통령실 “오랜 소신”
野 “정치적 계산 깔려…정치적 유불리 따져선 안돼”
신중한 與 “정책 의총 열어 당 입장 정리할 것”
정개특위 합의점 도출 난항…전문가도 법제화엔 회의적

[이데일리 박태진 박기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평소 가지고 있던 소신을 밝혔을 뿐이라며 어떠한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적 계산이 깔린 발언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연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제22대 총선을 1년 4개월 정도 앞둔 시점에서 윤 대통령이 선거법 이슈를 선점하면서 새해 벽두부터 선거법 개정 논의에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국토교통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 1년 앞두고 ‘이슈 몰이’ 주목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공개된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모든 선거구를 중대선거구제로 하기보다는 지역 특성에 따라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소선거구제의 단점에 대해선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 방안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으나, 집권 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대선거구제는 1개 지역구에서 2인 이상의 대표를 뽑는 방식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는 1개 지역구에서 1인만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다.

대통령실은 중대선거구제 제안 배경에 대해 윤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정치 참여를 선언하기 전에도 중대선거구제는 대통령의 소신이었다”며 “승자독식의 갈등과 분열의 정치구조를 혁파하는 개혁방안의 하나로 국민 다수에 대한 각각의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가 자타공인하는 개선방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오랜 소신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년 4월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 이슈 몰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욱이 야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제안에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고 보고 있다. 당초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한 정치개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던진 의제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품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당과 사전에 협의된 것이 아니고 즉흥적인 제안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거 제도는 대통령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결국 선거제도마다 장단점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서만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는 것과 관련해선 “그건 철저하게 계산된 이야기”라며 “선거제도가 정치적 유불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선거제도 전반에 대해 논의를 해야지 셈법에 입각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설계하겠다면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박했다.

여권에서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두고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는 윤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꺼낸 얘기인 만큼 신중한 모습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개최에 대해 “원래 선거법상 선거 1년 전에 선거구를 확정하도록 돼 있지 않느냐. 그러면 올 4월 중으로 선거구를 확정해야 하는데 마침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논의들도 나오고 해서 정개특위에서 현재 선거구제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 관해서 위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당의 선거구 제도에 관한 뜻은 어떻게 정해야 되는지 등 그런 것을 오늘 가볍게 논의하는 그런 자리가 될 것”이라며 “듣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 필요하다면 정책 의총 같은 걸 열어서 우리 당의 입장을 정리하는 그런 순서를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선거법 개정, 여야 합의로 가능

하지만 정개특위 내에서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개특위 핵심 관계자는 “국회의원 100명이면 100명이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서 의견 합치가 쉽지 않다”면서도 “그래도 어느 정도 비슷한 생각들이 있기 때문에 몇 가지로 좁혀 국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치려 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최근 중대선거구제 얘기를 꺼내 들었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제도 도입에 대해 회의적이다. 선거법 개정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야의 합의를 토대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중대선거구제를 꺼내면 양당제가 좀 완화되고 다당제로 가겠다고 기대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거라고 본다. 왜냐하면 지금 중대선거구제는 기초의원 선거(지방선거)에서도 하지만 거기서 3~5% 득표율을 차지하는 정의당이 많이 당선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당 정치 색채가 짙은 한국에서 다당제 추진 의미가 퇴색할 것이란 해석이다. 또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후보가 선출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오히려 영남에서 40% 가까이 득표율을 기록하는 민주당에게 유리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영·호남, 수도권 등에서 여야 중 어느 쪽이 유리할 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우리나라 정당의 극단적인 대치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개혁에 시동을 건 건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정당법, 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을 정치관계법이라고 하는데, 이들 법은 정당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법제화까지 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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