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폴란드에 2차 세계대전 피해 배상 요구 일축…폴란드 “속국 취급하나” 비난
폴란드가 독일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침공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80여 년 만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배상금을 요구했지만, 독일이 일축했다고 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폴란드 국영통신 PAP에 따르면 최근 독일 외교부는 지난해 폴란드가 6조2000억즐로티(약 1787조원)의 전쟁 배상금을 요구한 서한에 회신하면서 관련 논의를 거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르카디위 물라르치크 폴란드 외교 차관은 이날 PAP 인터뷰에서 “이 답변은 한마디로 폴란드와 폴란드인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여줬다”며 독일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독일은 폴란드에 우호적인 정책을 추구하지 않으며, 영향력을 행사하려고만 할 뿐 폴란드를 속국 취급하길 원한다”면서 국제기구를 통해 배상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폴란드에서는 1939년 발발한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침공으로, 유대인 300만명을 포함해 주민 약 6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폴란드는 의회 차원의 2차대전 피해배상위원회를 꾸려 지난해 10월 배상액 규모를 산정했다.
독일 정부는 유대인 집단 학살 등 전쟁 당시 만행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배상 문제는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지난해 10월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 당시 “독일이 2차 세계대전으로 일으킨 고통이 폴란드에서 세대를 이어가며 전해지고 있다”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배상 문제는 1953년 종결됐다며 선을 그었다.
폴란드는 1945년 종전 이후 소련의 위성국이 됐고, 1953년 폴란드 공산주의 정권은 소련의 압력에 못 이겨 피해 배상과 관련한 모든 권리를 포기했다. 당시 소련은 다른 위성국인 동독을 전쟁 관련 배상 책임으로부터 해방시키기를 원했다.
폴란드 정부는 당시 폴란드에게는 협상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협정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폴란드에서는 2015년 민족주의 성향 정당인 법과정의당(PiS)이 집권한 이래 독일에 전시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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