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와 계약해지한 장강명 “문장 고치라하고 마케팅서도 배제”

김종목 기자 2023. 1. 4. 16: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경숙 표절과 창비 비판 대목에 수정 요구
거부하자 마케팅 배제 방침 전달
계약해지 후 창비 편집자 출신 1인 출판사서 출간
미디어창비 “저자와 통상적 이야기…잘못 전달”
장강명 작가. 경향신문 자료사진

미디어창비가 소설가 장강명(사진)의 에세이집을 준비하면서 ‘신경숙 표절’ ‘창비 궤변’ 표현이 들어간 문장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는 창비가 책 마케팅 배제 방침을 정했다고도 했다. 장씨는 출간 계약을 해지했다. 담당 편집자 이지은씨는 회사를 관두고 1인 출판사(유유히)를 차렸다. 미디어창비가 지난해 11월 내기로 한 이 에세이집은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이란 제목을 달고 유유히에서 2월 나온다.

장씨는 지난 2일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미디어창비에서 (‘신경숙 표절’ ‘창비 궤변’ 표현이 들어간) 문장을 계속 바꿔 달라고 했다. ‘궤변’을 ‘나름의 논리’로 바꾸고, 괄호에 ‘이 의견과 창비 뜻은 다르다는 것을 밝혀둔다’는 문장도 추가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진짜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 YG와 JYP의 책걸상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342

장씨는 ‘월간 채널예스’ 2021년 6월호에 실은 ‘[장강명 칼럼]출판 계약을 해지하며’에서 “신경숙의 표절을 창비가 궤변으로 옹호하며 표절의 기준을 무너뜨리려 한 데 대해 한국작가회의는 끝내 아무 논평도 내지 않았다”고 썼다. 당시 장씨는 자신과 계약한 A출판사의 ‘계약금과 인세 지급 누락’, ‘오디오북 무단 발행’, ‘판매명세 보고 불성실’ 등을 고발하는 칼럼에서 이 같은 문장을 썼다. 한국 출판사들의 부조리와 불공정 관행, 문인단체의 침묵 등을 지적하며 적은 문장이다.

장씨는 “(이미 발표한 글) 중간에 (출판사 의견과 다르다를) 넣으라는 게 웃기잖아요. 창비에서 낸 모든 책은 창비 의견과 같은 건가? 객관적으로 표절 맞다, 이 문장이 그렇게 싫으면 내지 않겠다고 했다. (윗선과 통화한 뒤) 그대로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그 뒤 에세이집을 창비 채널에서 홍보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 [장강명 칼럼] 출판 계약을 해지하며 | YES24 채널예스
     http://ch.yes24.com/article/view/44951

장씨는 “편집자와 작가를 속인 것이다. 열받아 창비 사과를 받고 책은 여기서 못 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편집자도 회사를 나왔다고 한다. 장씨는 “저보다 편집자분(이지은씨) 상처가 더 컸다. 몸담고 일하는 직장이 배신해 되게 충격을 받았다. (이씨가) 새로 1인 출판사를 차리기로 했다. 책은 이 출판사에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기자와 통화하며 “저도 책을 여러 곳에서 냈는데 정상적인 문장 수정 의견이 아니었다. ‘신경숙 작가가 표절을 했다는 것은 장강명의 주관적인 의견이며, 우리는 장강명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밝히고 싶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편집자 이씨는 이날 워크스페이스 ‘노션’에 ‘편집자로서 참 이상한 일을 겪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장씨의 표현을 두고 윗선들이 회의를 열었고, 지난해 9월1일 본부장으로부터 ‘궤변’을 순화하고, ‘창비 입장과 다르다’는 문구를 넣게끔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9월25일 ‘창비 이름으로 된 플랫폼에 장강명 책을 홍보하지 말라는 마케팅부장의 지시가 있었다”고도 썼다.


☞ Notion - The all-in-one workspace for your notes, tasks, wikis, and databases.
     https://editorlee.notion.site/editorlee/80e5276d2aa84ee49bd66340639613d1

이씨는 계약해지 과정과 사과문 전달 과정도 공개했다. 이씨는 “나는 얼마든지 즐겁게 책을 만들고 팔고 작가님과 함께 기뻐하며 달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이 있는데 어느새 이 조직으로 출근을 하는 일이 고통 그 이상이 아니더라고요”라고 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30일까지 미디어창비를 다니고 퇴사했다. 1인 출판사 ‘유유히’를 차렸다.

미디어창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며 “통상적으로 저자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저자 문장을 그대로 싣기로 했다. 책이 나오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마케팅 배제’를 두곤 “출간 임박 때에 (어떤 채널로 어떻게 홍보할지) 여러 논의를 하는데, 담당 편집자를 통해 잘못 전달된 듯하다”고 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