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협의해 예산 삭감했는데 방만 경영이라니 억울한 언론재단

윤수현 기자 2023. 1. 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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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예산 삭감 보도자료에서 "방만 경영 요소 개혁"
통상 언론재단이 사업설명회서 공개…이례적 보도자료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방만 경영'을 바로잡겠다면서 인건비·경비 등 일반관리비를 감액했다. 문체부가 언론재단 관리비를 삭감한 것은 최초다. 문체부는 보도자료에서 언론재단의 기관 운영이 방만하게 운영됐다고 비판했지만, 언론재단 내부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지침'에 따라 상호 협의 하에 예산을 삭감한 것인데 자신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나왔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지난 3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방만 경영 요소를 개혁한다'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광고 수수료 회계를 삭감했다고 밝혔다. 정부·공공기관은 정부광고 집행을 언론재단에 의뢰하고 수수료 10%를 지불한다. 재단은 수수료를 바탕으로 일반관리비와 언론진흥 관련 예산을 편성해 의결하고 문체부는 이를 승인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사진=윤수현 기자.

올해 회계는 총 1014억2400만 원으로 20억7800만 원 감액됐다. 정부광고 진흥사업비가 221억2900만 원(40억1600만 원 삭감)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일반관리비는 6억9600만 원 삭감된 257억2900만 원이다. 언론진흥사업비는 3억8900만 원 늘어 125억4900만 원을 기록했으며 지역신문발전기금 확충을 명목으로 30억 원이 출연됐다. 구체적으로 정부광고 협업사업 예산이 120억 원에서 84억 원으로 감액됐으며 지역언론 지원 사업인 '우리 지역 뉴스크리에이터 양성 사업'은 지난해를 끝으로 종료됐다. 미디어 스타트업 지원 사업 예산은 지난해 5억 원에서 올해 7억 원으로 증액됐다.

문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재단의 회계 상태를 비판했다. 문체부는 “12년 만에 정부광고수수료회계를 점검해 방만한 기관 운영을 바로 잡고 언론진흥이라는 재단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예산체계를 전면 재정비했다”며 “무분별한 예산전용 방지를 위해 과목구조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재단을 향해 “내실 있는 사업개발보다는 기관운영비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낡은 관·항·목 예산구조를 그대로 사용하는 등 예산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고 밝혔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정부광고수수료는 예산 편성과정에서 국회의 심의를 받지 않아 그간 국회 감시와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면서 “국민의 땀과 눈물이 담겨있는 재원이 관행적으로 집행되지 않고 짜임새 있게 쓰여 언론 발전에 기여하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언론인들의 기자정신이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게끔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 보도자료를 두고 언론재단은 직접적인 대응을 않고 있지만,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예산 삭감은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공공기관 경상경비·업무추진비 삭감을 권고한 '공공기관 혁신 지침'이 발표되면서 실시된 것이지, 방만 경영과는 큰 관련성이 없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경상경비 3%·업무추진비 10% 감축을 권고했지만 문체부는 언론재단 경상경비 10%, 업무추진비 15%를 감축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2021년도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르면 언론재단은 '양호'에 해당하는 B 등급을 받았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중 언론재단보다 높은 등급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또 이번 예산 삭감은 문체부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라 상호 협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는 것이 언론재단 측 설명이다. 실제 언론재단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법인회계 예산안을 의결했다. 통상 언론재단은 매년 1월 사업설명회를 개최해 예산 계획을 공개하지만, 올해는 문체부가 주도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또한 이례적이다.

문체부 미디어정책국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재단 일반관리비가 과도하게 편성됐다는 근거들을 마련한 상태인가”라는 질문에 “다 검토를 해서 (보도자료를) 작성한 것이다. 과도하게 편성되어 왔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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