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재 vs 김광호 '기동대 요청' 진실게임…윤희근 "주말 음주할수도"
경찰청장, 참사 전 음주 지적에 "그것까지 밝혀야 하나"
(서울=뉴스1) 송상현 김규빈 한병찬 신윤하 기자 = 경찰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참사 전후 미흡한 대처 등과 관련한 여러 의혹의 중심에 섰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상황 인지가 늦어진 경위와 현장 도착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당했다. 이 전 서장은 또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참사 당일 경비기동대 요청 여부를 두고 엇갈린 주장을 펼쳐 진실 공방을 벌였다.
참사 당일 서울을 떠나 충북 제천 캠핑장에서 시간을 보냈던 윤희근 경찰청장은 당일 행적에 대해 의혹 제기가 이어지자 주말을 맞아 음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도 했다.
◇경비기동대 요청 '진실게임'
참사 당일 경비기동대 출동 요청을 했는지를 놓고 이 전 서장과 김 서울청장은 상반된 주장을 펼쳐 진실게임을 계속했다.
이 전 서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경비기동대 요청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이 특별수사본부의 입장'이라는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제가 지원 요청했다는 것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그 기동대 요청 지시를 했던 많은 흔적이 있다"며 "간담회 결과 보고서나 핼러윈 축제 사고 경과보고서 내용, 여러 가지 보도자료 등 흔적이 있는데 이것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것에 저도 이해 안 되고 답답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광호 서울청장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희 서울청에선 교통기동대 1개 제대 요청 외에는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용산서가 서울청에 인파 관리를 위한 기동대를 요청했는지는 참사 발생의 핵심 경찰 책임자를 가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에 대해 이 전 서장과 김 청장은 계속해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특수본은 진술 외에는 경비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나 관련자들의 진술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잠정 수사 결과를 발표한 상황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엇갈리는 두 사람의 증언에 대해 "두 분 중에 누군가 한 분은 증언을 허위로 하거나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임재 전 용산서장 "무전 듣고도 참사 인지 못 해"
이 전 서장의 참사 당일 행적을 놓고도 추궁이 이어졌다. 이 전 서장은 "당시 오후 10시35분 이 전 서장이 무전에 처음 등장하는데 참사를 몰랐느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시점은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0시15분이다.
이 전 서장은 "3~4회에 걸쳐 급하게 경찰력을 요청하는 무전이 있어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만, 지시했다"며 "이태원 직원이 지원을 요청한 지점으로 형사나 교통 등 가용 경찰력을 일단 보내보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전 의원이 '가장 중요한 것은 경비경찰력을 서울경찰청에 요청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하자 이 전 서장은 "그 당시 위급한 상황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전 서장은 '오후 9시28분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과 통화했는데 특이상황이 없다고 들었냐'는 질문에 "차가 좀 막히고 인원이 많긴 한데 현재까지 특별한 상황이 없다고 (송 전 실장이) 말했다"고 답했다.
그는 '송병주 실장이 최선의 보고를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지휘관 판단을 믿었다"고 말했다.
이 전 서장은 파출소 옥상에 올라간 이유에 대해선 "높은 곳에서 전체를 볼 수 있으니 교통관리나 인파 해산을 위해서는 옥상이 적절한 위치라 거기서 지휘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은 서장이 구경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전 의원의 지적에 "상당히 큰 오해"라고 해명했다.
이 전 서장이 용산경찰서 직원을 시켜 상황보고서에 자신의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하게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추궁당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이 사고 발생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10시17분에 현장 지휘했다는 허위 보고서가 쓰여있다"라는 지적에 "당시만 해도 저희가 시간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지금 와서 보면 시간이 틀렸지만, 당시만 해도 파출소에 몇 시에 도착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캠핑장 의혹' 윤희근 청장 적극 해명 "주말 일은 사생활"
윤희근 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서울을 떠나 충북 제천 캠핑장에서 시간을 보낸 것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됐다. 윤 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캠핑장에서 잠을 자다가 전화와 문자 보고 등을 놓치고 첫 신고 약 2시간 만에 참사 사실을 인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늑장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충북 제천 캠핑장에서 휴가를 보냈지만, 당일 관외 여행 등을 근무내역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휴가를 낸 것이 아니라 주말을 맞아 쉬러 내려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청장은 "(근무 시스템에 휴가내역을) 입력하지 않은 것이 맞다"며 "10월29일은 휴가를 간 것이 아니라 '주말'이라서 쉬러 내려간 것이다"고 반박했다.
경찰공무원 복무규정 제13조(여행의 제한)에 따르면 경찰 공무원은 휴무일 또는 근무 시간 외 2시간 이내의 직무에 복귀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여행을 하고자 할 때는 소속 경찰기관의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윤 청장의 말대로 '휴가'가 아닌 '주말'을 맞이해 캠핑장을 갔다면 이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이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 청장은 이태원 참사 당일 음주 여부를 두고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조 의원은 "윤 청장이 서울을 비우고 지방을 내려가면, 비서실이나 상황교통실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윤 청장은 "지금 (상황) 기준이라면 의원님의 지적을 인정한다"며 "하지만 그날은 주말이고 (그날 있었던 일은) 사생활이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의원은 "그날 음주를 했느냐"고 물었고, 윤 청장은 "그날 저녁이면 저도 음주를 할 수 있다. 그것까지 밝혀드려야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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