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뷰] 개정 교육과정서 사라진 '5·18'…文정부말 발표 '이것' 따랐다

이호승 기자 서한샘 기자 2023. 1. 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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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집필진 자율성 위한 '간략화 기조'..세부 학습요소 없어 '오해'
교육부 '5·16, 남북공동성명 포함 주요 역사사건 129개 명시 안해"

[편집자주] 기자(記者)는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자란 업의 본질은 ‘대신 질문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뉴스1뷰’는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더 이상 남지 않도록 심층취재한 기사입니다. 기록을 넘어 진실을 볼 수 있는 시각(view)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교육위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교육과정(사회) 내 5·18 민주화운동 삭제를 규탄하고 개정 교육과정에 즉각 반영을 촉구하고 있다. 2023.1.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서한샘 기자 =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용어를 놓고 홍역을 치렀던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이번에는 '5·18민주화운동' 용어 삭제 논란에 휩싸였다.

4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용어가 삭제됐다며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교육부는 교사의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강의 기준만 제시하는 '대강화 기조'에 따라 세세한 학습요소 자체를 삭제하면서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 野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삭제"

강득구 의원 등에 따르면,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고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중·고교 사회·역사·통합사회·한국사·동아시아사 교육과정에 '5·18민주화운동'이란 용어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는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수업에서 배워야 할 최소한의 내용을 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향후 교과서 집필의 기준이 된다. 2022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 2025년 중·고교 1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강 의원에 따르면, 현재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5·18민주화운동이' 초·중·고교 사회·역사과 전 과정에 걸쳐 '성취기준'과 성취기준을 핵심단어로 제시한 '학습요소' 등에 총 9번 들어가 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정치 발전 부분 학습요소에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을, 자유민주주의의 발전 학습요소에 '4·19 혁명, 부·마 민주 항쟁,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을 순서대로 기술했다.

중학교 교육과정에서는 대한민국 발전 학습요소에 '4·19 혁명, 5·16 군사 정변, 10월 유신,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를 차례로 나열했고, 성취기준 해설에서도 '자유 민주주의의 발전과 경제 성장 과정을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등을 중심으로 설명한다'고 명시했다.

초등학교 5·6학년 교육과정은 성취기준과 학습요소에 모두 명시했다. 성취기준에서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 항쟁 등을 통해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해 온 과정을 파악한다'고 기술했고, 학습요소에도 5·18민주화운동이 포함됐다.

하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 성취기준에서 '민주주의 발전 과정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라고만 서술돼 있고, '성취기준 적용 시 고려사항'에는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의 이념과 원리를 실현하고자 한 사례(예: 4⋅19 혁명, 6월 항쟁)'라고만 명시돼 있다.

또 고등학교 교육과정 중 '한국사2' 성취기준에 '4⋅19 혁명에서 6월 민주 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과정을 탐구한다'고 명시돼 있고, '성취기준 해설'에서도 '4⋅19 혁명에서 6월 민주 항쟁에 이르는 과정'으로 명시했다.

2학기 등교수업이 시작된 17일 대전 동구 성남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들이 2학기 교과서를 받고 있다. 2021.8.1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 교육부 "교육과정서 학습요소 삭제…교과서 기술 근거 마련할 것"

'5·18민주화운동'을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야당 등의 주장에 대해 교육부는 교사의 수업 운영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강화' 내지 '간략화' 기조 때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지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강화 기조'는 교사의 자율성과 교과서 집필진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과정에서 학습 내용을 세세하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강의 방향과 기준만 제시하는 것이다. 이런 기조에 따라 2022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성취기준' 아래에 있는 '학습요소'를 삭제했다.

교육과정에서 세부 학습요소 항목을 삭제하면서 기존 2015개정 교육과정에 포함됐던 주요 역사적 사건 129개 역시 빠졌는데, 그중에 5·18민주화운동도 포함됐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고 교사들의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지나치게 학습 내용을 세세하게 다루지 말자는 취지로 대강화 기조가 결정됐다"며 "5·18민주화운동뿐만 아니라 (기존 학습요소에 포함됐던) '5·16'이나 '남북공동성명' 등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강화 기조는 문재인정부 때인 2021년 11월 발표됐고, 교육과정 연구진은 그 직후인 12월 구성돼 교육과정 개정 연구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연구진이 제출한 시안에서부터 5·18민주화운동이 빠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성취기준에서 5·18민주화운동이 빠졌다고 해도 학교 현장에서는 다른 주요 역사적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함께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고등학교 '한국사2' 교육과정은 '4⋅19 혁명에서 6월 민주 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과정'이라고 성취기준을 제시하고 있어 5·18민주화운동 등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중학교 사회과 교육과정 역시 '민주주의 발전 과정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라고 성취기준을 제시했는데, '국내외 사례'에 민주화운동 사례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성취기준이나 성취기준 해설 등에서 5·18민주화운동이 생략됐다 하더라도 교과용 도서 편찬 준거를 통해 5·18민주화운동 등 구체적 사건을 교과서에 기술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용 도서 편찬 준거에 5·18민주화운동 등 주요 사건이 빠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부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삭제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학습요소 항목이 생략되며 5·18민주화운동뿐 아니라 모든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 서술이 최소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2021년 12월 구성돼 역사과 교육과정을 개발한 정책연구진이 교육부에 제출한 최초 시안에서부터 5·18민주화운동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4·19혁명에서 6월 민주항쟁에 이르는 민주화 운동의 과정을 학습할 수 있도록 관련 성취규정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os54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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