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금 체불’ 신고한댔더니 협박?...대법에서 뒤집은 유죄
1·2심 협박죄로 벌금 300만원 선고
대법 “경영 정상화 위한 대책의 일환”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15일 협박죄로 기소된 캐나다 국적의 프로그래머 A씨와 미국 국적의 프로그래머 B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외국인인 A씨와 B씨는 K팝 공연기획 플랫폼을 운영하는 국내 스타트업 기업의 직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회사가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사무실 임대료를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워지자 이들은 대표이사 C씨의 사임제안서를 전달했다. 골든디스크 시상식 모바일 투표 관련 앱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했지만 C씨가 무리하게 추진하는 등 경영능력을 의심받은 것이다.
사임제안서는 C씨가 회사 주식 10%만 받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 체불 임금과 퇴직금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전부 없애주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만약 C씨가 사임을 거부하면 임금체불 문제를 노동청에 고발하고 경영 상황을 주요 투자자들에게 알리겠다고 경고했다.
1심과 2심은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들이 사전에 투자자들을 만나 C씨의 사임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회사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잔류 직원들과 투자자들이 사정을 공유하고 사임제안서를 마련한 것은 경영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자발적·집단적으로 마련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을 사실상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회사의 갱생을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와 B씨를 대리한 황세훈 변호사는 “흔히 1%의 확률이라고 불리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며 “게다가 외국인인 피고인이 강제출국 직전의 상황에서 구조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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