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8분의 1토막…양보단 질에 집중"
발효 시간 160시간으로 늘리고
풍미 높이려 200만파운드 투자
"위스키는 시간이 빚어낸다는 사실을 신봉합니다. 제품 출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절대 서두르지 않고 원하는 품질이 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편법을 쓰거나 지름길을 택하지 않고 정직하게 만든다는 원칙을 고집하다 보니 위스키 애호가들이 우리를 알아보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글렌알라키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로난 커리 글렌알라키 증류소 블렌더 겸 영업총괄이 굳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치마처럼 생긴 스코틀랜드 전통 의상 '킬트'를 두른 그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대형 브랜드보다 자신의 위스키 취향을 정교하게 이해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글렌알라키가 점점 더 주목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글렌알라키는 글렌피딕, 발베니, 맥캘란 같은 유명 싱글몰트 위스키를 제조하는 증류소가 위치한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 있다. 하지만 싱글몰크 위스키 양조장으로서 인지도는 낮다. 1967년 설립된 후 몇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이곳 위스키 대부분이 블렌디드 위스키용 원액으로 공급됐기 때문이다. 증류소 이름을 내건 개성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본격 생산되기 시작한 건 2017년에 이르러서다.
로난 커리의 스승이자 위스키 양조 경력 50년의 빌리 워커는 이곳을 사들여 증류소 DNA를 바꿔놨다. 우선 연간 위스키 생산량을 400만ℓ에서 50만ℓ로 대폭 줄였다. 복합적인 풍미를 더하기 위해 맥아즙에 효모를 넣고 발효하는 시간도 160시간으로 늘렸다. 수익이 깎이더라도 '양보다 질'이라는 철칙을 실천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또 고품질 캐스크 조달에 매년 200만파운드를 투자하고 있다. 바닐라, 훈연 향 등 복잡하고 정교한 풍미를 위스키에 입히기 위해 캐스크 품질이 담보돼야 한다고 봤다.
커리는 "캐스크는 위스키 풍미의 70%를 결정짓기 때문에 유독 공을 들인다"고 말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워커와 커리는 인수 당시 창고에 쌓여 있던 방대한 양의 위스키 원액으로 풍부한 초콜릿, 건포도, 꿀 풍미의 셰리 스타일이라는 글렌알라키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커리는 "고품질 위스키를 제조하기 위해 생산 비용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전했다. 이것이 가능한 배경은 소유 구조에 있다. 글렌알라키는 독립적인 소규모 증류소로, 스코틀랜드 내 위스키 증류소 140여 곳 대부분이 글로벌 주류 대기업에 속해 있는 것과 다르다. "100% 스코틀랜드 자본인 증류소는 전체 4~5곳뿐이다. 그 덕분에 우린 조급함 없이 위스키를 만들 수 있고, 이 점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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