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어 가시나' '브로드웨이'… 커피 이름 맞습니다
던킨 '브로드웨이' 커피 선봬
거리의 열정과 즐거움 담아내
프?츠·스타벅스도 이색 작명
원두 특성 살리고 기억 오래가
전문가 "브랜딩 중요성 커질 것"
롱블랙, 아포가토.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커피 용어들이 이제 많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것이 됐다. 세계 바리스타 대회에서 우승자를 배출하고, 동네 골목 어귀마다 카페가 들어설 정도로 국내 커피 시장은 양적·질적 성취를 이뤘고 그만큼 우리 일상 속에 익숙하게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커피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과 카페들은 커피 원두에 차별화된 이름을 부여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단일 원산지를 강조한 '싱글 오리진' 커피보다는 다양한 생두의 특장점을 조화시킨 '블렌디드' 커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블렌디드 커피는 단일 원산지 커피의 장점을 섞어낸 것을 지칭한다. 마치 조향사가 새로운 향수를 만들 때처럼 적당한 비율로 여러 종류의 원두를 섞는 것을 의미한다.
던킨은 도넛만큼 트렌디한 커피 작명으로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겨울철을 겨냥해 선보인 블렌디드 커피는 '브로드웨이'다. 뉴욕 맨해튼의 브로드웨이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 원두는 브로드웨이의 열정과 즐거움을 컵 슬리브의 그래픽 디자인으로도 표현했다. 베를린 출신 예술가인 골든코스모와 비알코리아 디자인 조직인 스튜디오엑스트라가 협업한 결과다.
앞서 지난해 여름에 선보였던 블렌디드 커피는 '코니 아일랜드'다. 뉴욕 브루클린의 해변 '브라이턴 비치'를 모티브로 탄생시킨 이 원두는 시원한 여름 바다를 연상할 수 있을 정도의 산뜻한 고유의 풍미를 이름에 녹였다. 지난해 봄에 선보인 커피 원두는 뉴욕 브루클린의 명소인 '보태닉 가든'에서 착안한 '브루클린 가든'으로 명명했다.
이외에도 던킨은 '던킨 에스프레소' '센트럴파크' '첼시바이브' '롱비치블루'처럼 블렌디드 커피 원두의 미각적 특성에 우리에게 익숙한 명소를 접목시켜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 던킨 관계자는 "던킨 아메리카노, 카페라테처럼 고유의 이름을 부여하기 전에 비해 매출이 20% 이상 증가했다"며 "커피의 맛과 향이 상향 평준화된 시대에 디자인과 이름은 새로운 경쟁력이 됐다"고 말했다.
물개 캐릭터 레트로풍 공간 디자인과 서체 등으로 스페셜티 커피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프?츠커피도 독특한 원두 작명으로 유명하다. 코스타리카,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등의 원두를 섞은 '잘 되어 가시나'는 프?츠커피의 대표적인 커피다. 이외에도 프?츠는 '올드독' '서울시네마'라는 개성 넘치는 블렌디드 커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벅스는 프리미엄 매장인 리저브의 커피 원두 작명에 정성을 쏟고 있다. 아시아와 태평양의 폴리네시안 국가 등을 원산지로 하는 블렌디드 원두는 특유의 아몬드향, 달콤한 풍미를 강조해 '하와이 카우'라는 이름을 지었다. 오렌지향과 견과류향이 조화로운 원두는 '파나마 카르멘 에스테이트'다. 이 외에도 '르완다 힝가카와' '코스타리카 벨라 비스타' '케냐 우캄바니'처럼 주로 커피 원산지의 추상적인 분위기를 고유의 이름으로 조화시켰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커피리브레도 작명 감각이 남다르다. '커피리브레'라는 브랜드명은 멕시코의 한 수도사가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기 위해 레슬링에 도전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나초 리브레'로부터 영감을 얻어 지은 이름이다. 브랜드명처럼 농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어려운 농가를 돕는 데 힘을 아끼지 않는 커피리브레는 블렌디드 커피 이름을 지을 때도 영화와 음악으로부터 착안한다.
'배드 블러드(나쁜 피)'는 프랑스 거장 영화감독인 레오스 카락스가 만든 동명의 영화에서 따왔다. 커피 '노 서프라이즈'는 영국의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명곡 제목과 똑같다.
물론 앞선 사례와는 달리 특별한 이름 짓기 대신 단순하게 소통하는 커피 브랜드도 경쟁력을 갖는다. 광화문, 도산공원, 판교 등에서 쇼룸을 운영하는 펠트커피는 '시즈널 에스프레소'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최선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는 원두 조합을 시기와 상황에 맞게 만들어내는데, 이처럼 커피 특성을 고려한 작명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조원진 커피칼럼니스트는 "커피 원두에 이름을 붙이는 것 또한 콘텐츠로 만들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며 "스토리텔링을 통해 브랜드의 특성을 알리는 전략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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